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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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정유주는 투자자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발 경제활동 위축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 국제 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정유주를 연일 순매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로 국제 유가가 뛰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원유 재고가 급감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다.

국내 증권사들은 정유사 실적의 핵심 변수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도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WTI 배럴당 50달러 육박…정유株의 시간 오나

반등하는 유가와 정제마진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8일(현지시간) 배럴당 49.24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초(35.79달러) 대비 35.74%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출시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산유국 협의체 OPEC+가 내년으로 예정됐던 증산 규모를 하루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였기 때문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비행기가 예전만큼 많이 다니는 건 아니지만 육상 수요를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가 회복되면서 유가가 오르고 있다”며 “산유국들이 충분한 양을 증산하지 않는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원유 수요 회복세가 감지된다. 지난주 미국의 WTI 재고 감소량은 시장의 예상(190만 배럴)을 넘어서는 310만 배럴에 달했다. 주간 평균 정제마진은 전주에 비해 배럴당 0.4달러 개선됐다.

국내 기관들은 최근 정유주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초 이후 기관의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 순매수 금액은 각각 3026억원, 643억원, 202억원어치였다. 외국인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을 각각 1151억원, 136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은 유가 상승에도 베팅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이후 기관은 KODEX WTI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18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내년까지 정유주 오를 것”

정유주는 최근 급등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49.40% 올랐다. 에쓰오일, GS도 각각 29.28%, 15.76% 상승했다. 두 종목은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2.56%)보다 많이 올랐다. GS는 지수보다 덜 올랐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흐름은 깼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다.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 GS는 8.38%, 8.99%씩 올랐다. 코스피지수(7.23%)보다는 더 올랐지만 지난달 같은 급등세는 유지하지 못했다. 에쓰오일은 이 기간 0.86% 상승에 그쳤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정유주가 크게 오른 건 실적이 개선돼서라기보다 백신이 나오면서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정제마진 개선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이달 오르는 힘이 약해졌지만 개선 방향은 확실하기 때문에 중장기 보유를 전제로 정유주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정제마진은 올 상반기 -1.5달러에서 하반기에는 1.1달러로 개선될 전망이다. 내년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2022년 상반기에는 6.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부터는 항공 수요도 회복될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막바지로 갈수록 혜택을 가장 많이 보게 될 산업은 정유업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