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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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조정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증권사들이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단기 급등에 따라 가격 부담이 높아진 데다 원·달러 환율도 반등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거리두기 3단계로 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올해만큼은 ‘산타랠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환율 1100원 재진입

21일 코스피는 0.23% 오른 2778.65에 마감했다. 이날도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상승 동력이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18일에도 코스피는 0.06% 오르는 데 그쳤다. 매일 1% 이상 상승률을 보였던 월초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찔끔찔끔 오르는 주가…산타랠리는 '글쎄'
이날 증권사들은 코스피에 단기 과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핵심 근거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연중 최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고, 그 이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0.29% 오른 1102.7에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 변화가 임박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세론자도 ‘신중모드’

호재가 대부분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코스피 조정론의 근거로 언급된다. 그동안 증시를 끌어올렸던 미국 부양책 기대, 백신 기대감 등으로 지수가 더 이상 움직이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호재가 반영된 상황에서 지수가 오르려면 더 강한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세론자들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코스피 3000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력팀장은 코스피가 이번주 조정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코스피 2700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하락 위험이 큰 구간”이라고 밝혔다.

이효석 팀장은 최근 발표된 호재를 매도 사인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9000억달러 규모의 5차 경기 부양책에 합의한 것에 대해 “뉴스에 팔아라(Sell on News)”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테슬라가 S&P500지수에 편입된 것에 대해 “변동성이 높은 테슬라의 편입은 지수 변동성을 확대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팀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 중이고, 주요국 경제지표가 11월 이후 둔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 등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가치주·민감주 주목

이날 코스피에서는 비대면주가 강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2.62%), 셀트리온(3.09%) 등 바이오주와 카카오(3.41%), 네이버(0.53%) 등이 올랐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가치주와 낙폭과대주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포스코(2.41%), 고려아연(4.32%), LG유플러스(2.95%) 등이 오른 것이 이런 흐름을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외국인 매수세가 적었던 금융, 유틸리티, 에너지 섹터에 주목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주가 수익률이 아직 마이너스권인 미디어, 호텔·레저, 은행, 소매·유통, 조선에 주목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업종 안에서 내년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HSD엔진, 이마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을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기간 조정’을 거친 뒤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신과 재정부양 모멘텀을 고려하면 외국인 매수세가 경기민감주와 가치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