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조이고 있다. 사진=뉴스1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조이고 있다. 사진=뉴스1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본격적으로 틀어막기 시작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2000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신규 가계 신용대출을 막기로 했다. 개인이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이 집단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해 2000만원이 넘으면 승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 14일부터 1억원이 넘는 모든 가계 신용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더 강한 대출 규제에 나선 셈이다.

다만 대출 희망일이 내년 1월 4일 이후이거나 대출서류 최초 송부 일이 지난 21일 이전인 경우는 대출이 가능하며, 서민금융 지원 신용대출(KB사잇돌중금리대출·KB새희망홀씨Ⅱ·KB행복드림론Ⅱ 등)도 예외로 한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연말까지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 전세대출 모집도 막았다. 대출 상담사는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지난 수년간 이들을 통한 대출을 막은 사례는 없었다.

신한은행은 15일 이후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등을 통한 직장인의 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를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막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 17일부터 직장인 고신용자 대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창구를 걸어잠그는 것은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탓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은행은 '개별 면담'을 통한 질책까지 이뤄지는 모양새다.

은행권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부가 대출 수요를 급증시킨 탓이라는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싸진 집을 사려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을 해야 하는데, 신용대출을 막겠다고 발표하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