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영난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차는 최대 3개월 내에 대출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계획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1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ARS)를 접수했다. 사건은 회생법원 회생 1부에 배당됐다.

이달 15일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로부터 빌린 600억원을 연체한 쌍용차는 이날 만기가 돌아온 산업은행의 900억원과 우리은행 150억원도 상환하지 못했다. 쌍용차의 연체 원리금은 165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산업은행은 외국계 은행 대출금 연체가 우선 해결돼야 900억원의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역시 먼저 만기를 연장해줄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3개월 내 유동성 문제 해결"…전 임원 사표 '배수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사무소에 출고를 앞둔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사무소에 출고를 앞둔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쌍용차는 "해당 금융기관과 만기연장을 협의해 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할 경우 사업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RS 프로그램도 동시에 접수해 회생절차 개시 전에 유동성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임원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하며 3개월 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보류기간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이 합의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취하해 해당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제도다.

쌍용차는 당분간 대출원리금 등의 상환부담에서 벗어나 채권자 및 대주주 등과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투자자와의 협상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회생절차 개시되면…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쌍용차의 계획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약 1만명의 일자리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법원은 기업 회생절차 신청서와 회계법인 등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업이 유지될 경우의 가치(존속가치)가 청산할 때의 가치(청산가치)보다 크다고 인정하면 회생절차를 개시한다. 이러한 판단에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며, 회생절차에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동반될 전망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가 살려고만 하고 진지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쌍용차의 채무불이행 등 경영위기 시 대출금 회수 방안에 대해서도 산은은 “평택·창원공장 등을 담보로 처분해 회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공개한 바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조력한다는 우회적인 답변 대신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산은의 이러한 시각에는 쌍용차가 매출에 비해 직원 급여로 쓰는 비용이 너무 많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지난해 기준 쌍용차는 약 4289억원을 직원 급여로 지출했다. 적자 상황에서도 1인당 평균 급여액은 8600만원에 달했다.

올해 9월까지는 2353억원·1인당 평균 4800만원 수준으로 줄였지만, 평균 근속연수가 22.6년에 이르는 만큼 회생절차를 밟게 될 경우 고정비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악의 상황은 '청산'…수만명 생계 위기

쌍용차에는 쌍용차 직원 뿐 아니라 소속 외 근로자, 협력업체, 일선 영업소 판매직 직원들의 일자리도 걸려있다. 사진=뉴스1
쌍용차에는 쌍용차 직원 뿐 아니라 소속 외 근로자, 협력업체, 일선 영업소 판매직 직원들의 일자리도 걸려있다. 사진=뉴스1
만에 하나 법원이 회생가치가 없다고 판단, 기업 청산절차가 이뤄지면 타격은 협력사에 까지 미칠 전망이다.

올 9월 기준 쌍용차 직원 수는 4880명이며, 파견·용역·도급 등 '소속 외 근로자'를 합하면 59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쌍용차의 1차 협력업체는 448곳으로 종업원은 16만8559명에 달한다. 쌍용차 매출의존도가 50% 이상인 업체로 한정할 경우 32개 업체, 1129명으로 좁혀진다. 2009년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당시에 비추면 매출의존도가 50% 이상인 업체는 부도나 경영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쌍용차가 청산될 경우 70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업계는 판매직까지 합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자리가 1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협력업체 126곳은 쌍용차 매출의존도가 5%를 넘기에,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1만3052명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추정했다. 부도에 직면하진 않더라도 경영 여건이 악화되며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도 우려된다.
한 도금 공장 직원이 자동차 부품에 니켈크롬도금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한 도금 공장 직원이 자동차 부품에 니켈크롬도금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업계는 쌍용차가 3개월 내 새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고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이 청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3분기 93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6000억원을 넘어섰다.

자본 잠식률은 3분기 연결 기준 86.9%로 높아졌다.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도 분기보고서에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3개월 내 새 투자자를 찾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재무적 판단으로는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청산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이 시기에 실직자와 그 가족까지 수만명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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