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8일 후' 보는 듯...변종 코로나에 텅빈 런던 거리[스토리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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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바이러스'가 유출된 28일 후,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던 '짐'은 런던의 한 병원에서 깨어난다. 텅 빈 병원에서 어리둥절하며 밖으로 나온 짐은 런던 시내 어느 곳에서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자 경악한다.영화 '28일 후'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텅 빈 웨스트민스터 다리의 풍경은 현실이 됐습니다. 평소 같으면 관광객들과 연말을 준비하는 시민들로 가득 차는 곳이지만 영국의 4단계 발표와 변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겹치면서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19일 수도 런던을 비롯해 켄트와 버크셔, 포츠머스 등 잉글랜드 남동부에 4단계 봉쇄 조치를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지역의 비필수업종 가게와 체육관, 미용실 등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출근해야 하거나 등교, 보육, 운동 등의 목적 외에는 집에 머물러야 합니다. 야외에서는 가족을 제외하곤 3명 이상이 같이 있을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를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VUI-202012/01'로 알려진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전염력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최대 70%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그래도 코로나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런던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런던을 빠져나와 외곽과 해외로 향했고, 가게들은 문을 걸어잠궜습니다.
주요 국가들도 속속 영국에 대한 봉쇄에 나섰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중남미 국가들이 영국발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영국에 체류했거나 경유한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변종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이제 영화 속, 또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1일 하루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는 869명 추가 발생했습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만1460명, 사망자도 24명이 추가됐습니다.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새해 연휴가 끝나는 1월 3일까지 5인 이상의 사적인 모임을 제한하고, 스키장을 비롯한 겨울 스포츠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 관광명소도 과감히 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모임은 나중으로 미루고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야 할 때 입니다. 빠르게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지금의 고비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