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년간 산업현장 누빈 기업인이 巨與에 보낸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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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현 수산그룹 회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신중해달라"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이메일
"안전은 과학과 제도로 예방"
"안전설비인증제 도입 등 필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신중해달라"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이메일
"안전은 과학과 제도로 예방"
"안전설비인증제 도입 등 필요"
"안전 사고는 과학과 제도로 예방하고 감소시킬 수 있지 엄벌로 근절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이 22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 경영자는 누구보다도 자기 사업장과 임직원의 안전 및 행복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 50년간 산업현장을 누빈 중소기업 경영인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추진하는 거대 여당에 "입법에 신중해달라"며 직접 호소문을 보낸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거나 중대한 상해를 입었을 때 사업주, 경영 책임자, 공무원을 막론하고 징역형 등 강한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이다. 사고가 발생한 법인은 영업 취소까지 당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안전수칙이나 규정을 위반한 경우 입찰 제한 등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업이 일시에 도산에 이르거나 경영이 마비될 정도의 엄벌은 예방 효과보다 기업 종사자와 그 가족에게 미치는 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이어 "회사택시가 사고를 냈다고 택시회사 오너를 처벌한다고 해서 다른 택시의 사고가 예방되지 않는다"며 "안전사고가 났다고 경영자를 감옥에 가두면 나머지 임직원의 안전은 누가 돌보며 경영은 누가하고 고용은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되물었다.
1970년 현대건설 고졸 공채 1기 출신인 정 회장은 수산중공업 등 건설·발전소 분야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정 회장이 양 최고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우려와 대안이 담겼다.
정 회장은 원고지 27매 분량의 글에서 "세계경제 규모 10위, 수출 규모 5위의 나라에서 매년 산업재해로 800여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니 안타까움이 크다"며 "기업들도 크게 반성해서 이전보다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산업계에 미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전이란 과학과 제도로 예방하고 감소시킬 수 있지 엄벌로 근절시킬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회장은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의 무역 물동량을 실어 나르는 선박 수가 5만척이 넘는다"며 "모두 안심하는 것은 모든 기자재와 부품이 국제선급협회(IACS)가 정한 등급에 합격한 제품을 썼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설비에 사용되는 모든 용품은 정부에서 인증제를 보강하고 품질 등급제를 실시하자"며 "산업 현장이 안전을 넘어 안심할 수 있는 직장으로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 회장은 또 "모든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를 한 가지 규정으로 적용하기에는 산업별 특성도 다양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무리가 있다"며 "우선 재해발생 빈도가 높은 건설공사업과 시설유지관리용역업에 한해 안전설비전문공사업 면허를 도입하자"고 했다.
이어 "위험한 장소의 작업은 반드시 숙련된 사람이 수행하도록 강제하고, 비숙련 작업자가 작업을 수행할 경우는 최소한 숙련자와 2인 1조로 작업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장을 지키고 감독하는 사람이 이 규칙을 반드시 지키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정 회장의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나 역시 28년간 노동자로 살았다"며 "근로자에게는 시스템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란 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기업이 없어지지 않고 안전한 경영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처벌이 아닌 회사의 산재 예방 활동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양 최고위원은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 도입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법안의 정당성에만 함몰돼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 최고위원이 총대를 메다시피 한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까지 벌이는 정의당에 대해서는 "절박성과 진정성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자, 하지 말자'에 방점을 둘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이 22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 경영자는 누구보다도 자기 사업장과 임직원의 안전 및 행복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 50년간 산업현장을 누빈 중소기업 경영인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추진하는 거대 여당에 "입법에 신중해달라"며 직접 호소문을 보낸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거나 중대한 상해를 입었을 때 사업주, 경영 책임자, 공무원을 막론하고 징역형 등 강한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이다. 사고가 발생한 법인은 영업 취소까지 당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안전수칙이나 규정을 위반한 경우 입찰 제한 등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업이 일시에 도산에 이르거나 경영이 마비될 정도의 엄벌은 예방 효과보다 기업 종사자와 그 가족에게 미치는 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이어 "회사택시가 사고를 냈다고 택시회사 오너를 처벌한다고 해서 다른 택시의 사고가 예방되지 않는다"며 "안전사고가 났다고 경영자를 감옥에 가두면 나머지 임직원의 안전은 누가 돌보며 경영은 누가하고 고용은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되물었다.
1970년 현대건설 고졸 공채 1기 출신인 정 회장은 수산중공업 등 건설·발전소 분야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정 회장이 양 최고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우려와 대안이 담겼다.
정 회장은 원고지 27매 분량의 글에서 "세계경제 규모 10위, 수출 규모 5위의 나라에서 매년 산업재해로 800여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니 안타까움이 크다"며 "기업들도 크게 반성해서 이전보다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산업계에 미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전이란 과학과 제도로 예방하고 감소시킬 수 있지 엄벌로 근절시킬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회장은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의 무역 물동량을 실어 나르는 선박 수가 5만척이 넘는다"며 "모두 안심하는 것은 모든 기자재와 부품이 국제선급협회(IACS)가 정한 등급에 합격한 제품을 썼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설비에 사용되는 모든 용품은 정부에서 인증제를 보강하고 품질 등급제를 실시하자"며 "산업 현장이 안전을 넘어 안심할 수 있는 직장으로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 회장은 또 "모든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를 한 가지 규정으로 적용하기에는 산업별 특성도 다양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무리가 있다"며 "우선 재해발생 빈도가 높은 건설공사업과 시설유지관리용역업에 한해 안전설비전문공사업 면허를 도입하자"고 했다.
이어 "위험한 장소의 작업은 반드시 숙련된 사람이 수행하도록 강제하고, 비숙련 작업자가 작업을 수행할 경우는 최소한 숙련자와 2인 1조로 작업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장을 지키고 감독하는 사람이 이 규칙을 반드시 지키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정 회장의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나 역시 28년간 노동자로 살았다"며 "근로자에게는 시스템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란 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기업이 없어지지 않고 안전한 경영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처벌이 아닌 회사의 산재 예방 활동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양 최고위원은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 도입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법안의 정당성에만 함몰돼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 최고위원이 총대를 메다시피 한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까지 벌이는 정의당에 대해서는 "절박성과 진정성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자, 하지 말자'에 방점을 둘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