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서 매출의 65% 발생
이재현 회장 "식품은 첨단산업" K푸드 세계화 결실
7년간 해외서 공격적 M&A…세계인의 식품으로
비비고 만두 1조 돌파는 국내 식품업계에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단일 품목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전체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내수 시장과 해외 한인 시장만 바라보던 관점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수십 년간 국내 식품회사들의 주 무대였던 아시아 시장과 한인 시장을 벗어나 미국, 일본, 유럽, 중국 현지인 시장에서 '진검승부'한 성과라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 중 연매출 1조원 이상인 회사 수는 23곳에 불과하다. 비비고 만두는 단일 품목으로 주요 식품 회사의 연간 매출을 벌어들인 셈이다.
美시장 25년 1위도 꺾은 비비고 만두
반죽 안에 소를 집어 넣은 만두는 그 '원조'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음식이다. 라비올리, 토르텔리니, 교자, 덤플링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와 조리법 등으로 소비된다. CJ제일제당은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하기 위해 '형태는 익숙하지만 한국식 조리법을 담은 만두'를 활용했다.비비고 만두는 국내 출시와 동시에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철저한 현지화,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인프라 확대라는 '투 트랙' 전략을 썼다. 한식 만두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소비자들을 겨냥해 현지 식(食)문화를 반영한 제품으로 절반, 한식 만두로 절반을 내놨다.
미국에서는 닭고기와 실란트로(고수)를 선호하는 문화를 반영해 ‘치킨&실란트로 만두’를 개발, 판매했다. 중국에서는 옥수수와 배추를 많이 먹는 식습관을 반영해 ‘비비고 옥수수 왕교자’ ‘비비고 배추 왕교자’등을 선보였다. 일본에선 한국식 물만두인 '비비고 수교자'가 인기 제품.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지화 제품이 잘 팔리면서 원조 비비고 왕교자도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고 말했다.
단일 제품 1조 매출은 식품업계 '마의 벽'이었다.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 등 수출 효자 식품들도 아직 넘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이 7년 만에 마의 벽을 넘은 배경에는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다. CJ제일제당은 2015년부터 베트남 까우제, 독일 마인프로스트, 미국 슈완스와 카히키, 일본 교자계획 등을 M&A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부터 미국과 중국 중심의 생산기지를 베트남 유럽 등으로 확대하며 대륙별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플러튼과 뉴욕 브루클린 생산기지에 이어 뉴저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신규 공장을 세웠다. 그 결과 미국에선 25년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중국 브랜드 '링링'을 꺾고 2016년부터 비비고가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에서 3년간 연평균 성장률 61%를 달성했다.
"세계인이 주 1회 한식 먹게 하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한식 세계화'에 공을 들였다. 미래 성장동력인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5년 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브랜드를 개발하고 제조 기술을 차별화했다. 햇반, 햇반컵반, 비비고, 고메 등의 브랜드가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회장은 "음식은 하나의 문화이고,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며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비비고 만두는 기존 냉동만두가 갖고 있던 제조 과정을 완전히 바꿨다. 고기와 야채를 갈지 않고 칼로 써는 공정을 도입해 육즙과 씹는 맛을 살린 점, 손으로 빚은 것처럼 만들어내는 만두피 제조 과정 등을 탄생시켰다. 비비고 만두 10봉지 중 6.5봉지가 해외에서 팔리게 된 이유는 중국식 만두에 비해 '건강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얇은 만두피와 채소 함량이 높은 만두소 등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는 평가다.
정희정 CJ제일제당 독일 비비고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건강과 안전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비비고는 동물복지 육류를 사용하고 첨가물 사용을 지양한 제품으로 더 건강하고 윤리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를 'K푸드 플랫폼'으로 활용해 비비고 가정간편식(HMR)과 각종 소스류 등을 더 적극적으로 수출하겠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은 보수적인 시장이어서 한번 진입하기 어렵지만 한번 식습관이 된 이후엔 바뀌기 어렵다"며 "한식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한만큼 다른 제품들도 비비고 만두의 낙수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