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이 2260억달러(약 250조7470억원)에 달하는 미국 뉴욕주(州) 퇴직연금기금이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투자를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욕주 퇴직연기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기금 중 하나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퇴직연기금은 보유 중인 화석연료 관련 기업 주식에 대해 5년 내에 각 기업이 파리기후협약을 실현할 수 있는 경영계획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파리기후협약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각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크게 줄여야 한다.

뉴욕주 퇴직연기금은 화석연료 업계 외에 전력기업, 제조기업, 운수기업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다른 업계에 대해서도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지 않으면 포트폴리오에서 빼겠다는 설명이다.

연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토머스 디나폴리 뉴욕주 회계감사관은 성명을 통해 "저탄소 관련 투자는 연기금의 장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각 기업이 시대 변화를 수용하고 명확한 조치를 내놓는다면 계속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주 퇴직연기금이 작년 보유한 화석연료 관련 주식 규모는 120억달러(약 1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엑슨모빌 등 대형 석유기업 주식이 26억달러(약 2조8000억원) 가량을 차지한다. 뉴욕주 연기금은 앞서 22개 석탄기업에 대해 보유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뉴욕주 연기금의 이번 결정이 다른 펀드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뉴욕주 연기금은 규모가 매우 크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뉴욕주가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하다보니 투자 움직임이 다른 연기금에도 영향력을 준다"며 "에너지 전문가들과 기후 운동가들은 뉴욕주 연기금의 발표로 다른 연기금 등도 석유·가스 기업을 기피하도록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에선 뉴욕시, 샌프란시스코 등 시단위 투자주체들이 화석연료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