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당장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대신 연말연시 이동을 줄이는 ‘핀셋 방역’을 꺼내들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방역조치를 강화해 대규모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5명 넘는 인원이 함께 식당에 갈 수 없고 새해 일출 명소도 문을 닫는다. 호텔은 물론 소규모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열리는 연말파티도 사라진다.

5명 이상 회식하면 과태료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에 따라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전국 모든 식당에서 5명 넘게 모여 식사를 할 수 없다. 식당에 5명 이상 자리를 예약하는 것은 물론 여러 그룹으로 따로 예약한 뒤 5명 넘는 사람이 함께 한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식당 운영자는 300만원, 이용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가족 등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같은 사람은 예외적으로 5명이 넘더라도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

앞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23일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모두 금지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 대신 수도권 이외 지역은 식당에서만 모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방역당국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5명 이상 모이는 것을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식당만 모임 제한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식당서 5명 이상 함께 밥 못먹는다…전국이 사실상 '셧다운'

연말연시 파티 사라진다

연말연시 각종 파티와 모임도 사라진다. 영화관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 연말 모임 등이 많이 이뤄지는 파티룸도 특별방역기간에 영업할 수 없다. 요양시설·병원 등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다.

스키장, 스케이트장, 눈썰매장은 연말연시 특별방역기간에 모두 문을 닫는다. 전국 스키장 16곳, 스케이트장 35곳, 눈썰매장 128곳이 대상이다. 리조트, 호텔, 게스트하우스, 민박 등 모든 숙박 시설은 객실의 절반만 투숙객을 받아야 한다. 관광진흥법상 호텔 2218곳, 공중위생법상 숙박업소 3만381곳, 농어촌 민박 2만8567곳, 외국인 도시민박업소 2049곳이 모두 이를 따라야 한다. 이미 50% 넘는 객실이 예약됐다면 일부 예약을 취소해 50% 이하로 맞춰야 한다. 서울 남산공원, 강원 강릉 정동진, 울산 간절곶, 경북 포항 호미곶 등 해넘이와 해맞이를 보려는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명소도 문을 닫는다.

또 선물 등을 사기 위해 사람이 몰리는 전국 433개 대형마트와 302개 백화점 방역수칙이 강화된다. 시식과 시음, 견본 화장품 사용이 금지되고 휴게실·의자 등 휴식공간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상당수 마트 등이 이미 시식코너 운영을 중단하고 타임세일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남산 팔각정 출입 통제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5명 이상이 참여하는 사적 모임이 전격 금지된 가운데 정부는 생활 속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연말연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22일 서울 시민들이 많이 찾는 남산의 팔각정도 출입이 통제됐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남산 팔각정 출입 통제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5명 이상이 참여하는 사적 모임이 전격 금지된 가운데 정부는 생활 속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연말연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22일 서울 시민들이 많이 찾는 남산의 팔각정도 출입이 통제됐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방역당국 “집에 머물러달라”

정부는 이번 방역조치로 생업에 피해를 보는 시설 등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을 할 계획이다.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정부가 강제 조치를 발동해도 국민이 동참하지 않으면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넘이와 해맞이 등을 보기 위해 야외로 이동하는 것과 밀집한 공간에 모이는 것을 피하고 집에 머물러달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도 확진자 수가 100명대로 단번에 내려가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규범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면 확진자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국민 평균 이동량이 아니라 교회, 병원, 직장 등 감염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이동량, 접촉량이 많이 내려가야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적 모임을 규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도 했다.

지난 8일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전국 2단계를 시행한 지 2주가 지났다. 하지만 국내 확진자는 여전히 800명을 넘어 확산세가 꺾였다고 판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하루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24명에 이른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 방역당국은 전국 각지에 퍼진 잠복감염을 찾기 위해 검사 수를 늘리고 있다. 21일 하루 검사 건수는 5만8571건으로 코로나19 유행 후 가장 많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