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권 대치·삼성·청담·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집값을 안정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강북과 수도권, 지방으로 퍼지던 매수세가 다시 강남으로 몰리면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풍선효과’로 인근 도곡·개포·역삼동 등의 집값이 크게 뛰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강남 토지거래허가제 6개월…거래만 끊기고 집값은 못 잡아
22일 강남구와 송파구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 6월 23일부터 6개월 동안 대치·삼성·청담·잠실동에서 거래가 허가된 부동산은 총 523건(21일 기준)이었다.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 351건, 송파구 잠실동 17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치·삼성·청담·잠실동 거래량이 총 3260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80%가량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치·삼성·청담동은 2088건, 잠실동은 1172건이 거래됐다.

그러나 가격은 잡지 못했다. 구역 지정 후 한동안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 역시 정체였지만 최근 매수세가 쏠리면서 최고가 거래가 터지고 있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용면적 178㎡는 지난 9일 39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39억원)보다 5000만원 높은 금액에 팔렸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 전용 84㎡는 지난 7일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24억1000만원)를 넘어섰다. 삼성동 ‘삼성청담아파트’ 전용 114㎡는 지난달 19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19억원에 거래된 뒤 5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지역의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는 지난 12일 32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 5월 29억원대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빌딩 거래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청담동은 규제 전이었던 1~6월 20건의 빌딩 거래가 체결됐지만 7~11월에는 12건으로 줄었다. 삼성동(17건→8건), 대치동(13건→6건), 잠실동(6건→2건)도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 지역과 가까운 논현동은 같은 기간 34건에서 58건으로 70.6% 증가했다. 역삼동(43건→65건), 서초동(33건→53건) 등도 빌딩 거래량이 늘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유명무실해진 것은 매수세가 다시 강남권으로 유턴하고 있어서다. 강북과 수도권, 지방으로 퍼졌던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그동안 못 올라 가격이 싸진 강남권으로 몰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집값 대신 부동산 거래만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라는 극약 처방이 나온 뒤 잠시 거래가 주춤했지만 비강남과 지방도시에서 신고가가 터지자 강남권이 ‘갭 벌리기’에 나섰다”며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매물을 찾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대치·삼성·청담·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주거용은 토지면적이 18㎡, 상업용은 토지면적이 20㎡를 넘길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