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 4대와 러시아 군용기 15대가 22일 오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 침범했다. 중·러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20대 가까이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께 중국 군용기 4대가 차례로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에 진입했고, 이 중 2대가 울릉도 동쪽 일대를 지나 카디즈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 15대도 차례로 동해 카디즈 북쪽에서 진입해 이 가운데 2대가 독도 동쪽으로 카디즈를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해 독도 동북쪽으로 나갔다. 합참은 양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카디즈에 무단 침입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이고, 중국 군용기는 작년 11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중국은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직전 한·중 군사 직통망을 통해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통보했다. 러시아는 우리 측에 별도 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전부터 KF-16 등을 출격시켜 경고 방송을 하고 추적 감시비행과 차단기동을 하는 등 전술 조치를 했다. 군 일각에선 중·러 군용기의 이번 카디즈 무단 침범이 내년 초 미국 정권교체기를 겨냥한 위력 과시용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