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반지, 말랑말랑 브로치…현대 장신구의 무한 확장
가늘고 긴 원통형 막대가 전시대에 놓여 있다. 막대 양쪽 끝을 잡고 밖으로 당기면 여러 마디로 나뉘면서 그 안에 면 또는 사각이 들어 있다. 선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움직이는 작은 조각들이 배치돼 통념의 허를 찌른다. 장신구 공예가 김지영의 목걸이 작품 ‘행간’이다.

서울 청담동 이유진갤러리에서 창의성 넘치는 현대 예술 장신구전이 열리고 있다. 국내 공예문화 발전에 앞장서온 푸른문화재단이 후원하고 공동기획한 공예기획전 ‘Absolutely Abstract(절대추상)’이다. 2018년 집을 주제로 한 ‘사가보월’전, 지난해 뜰을 주로 한 ‘뜰에 깃들’ 전에 이은 세 번째 전시로, 현대공예의 무한하고 다양한 미적 경향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현대 공예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22명의 작가가 추상을 주제로 작업한 1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 장신구 분야의 김신령·김계옥·김지영·민준석·배준민·송유경·심현석·엄세희·엄유진·원재선·이남경·이소리·이슬기·이영임·이주현·조수현·최윤정·한주희 작가와 그릇 분야의 이정원·정용진, 가구 분야의 강지혜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 작품들은 기발하고도 참신하다. 원재선의 ‘축적된 시간’은 스테인리스 막대에 색실을 촘촘히 감아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작품. 반지가 움직이는 민준석의 ‘Rolling Series Ring’, 계란 껍데기를 잘게 부숴 얇은 실리콘 평면에 붙인 뒤 원과 직선 등의 기하학적 도상으로 표현만 한주희의 ‘춤추는 사각형’, 풍경 사진을 브로치 안에 담아낸 이남경의 ‘Grayish Memory’, 수많은 작은 원의 조합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이주현의 ‘수많은 원들’ 등 작품마다 감탄사를 자아낸다. 작품 가격은 수십만~수백만원대다.

전시를 기획한 구혜원 푸른문화재단 이사장은 “굴지의 국제 공모전에서 잇달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기예를 높이 평가받는 한국 공예작가가 많은데도 정작 국내에서는 진가를 모르는 분이 많다”며 관심을 요청했다. 전시는 1월 9일까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