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난지원금·광역버스 관련 연일 저격…홍남기도 맞대응
이재명 "기재부의 나라", 홍남기 "흔들리지 않아" 또다시 충돌(종합)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또다시 충돌했다.

이 지사는 전날 홍 부총리를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이날은 광역버스 정책과 관련해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 등의 표현을 쓰며 연이틀 '저격'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홍 부총리는 국가사무를 경기도에 떠넘기지 말아달라"고 비판했다.

광역버스 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의 절반을 국고로 부담하기로 한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의 합의를 기재부가 뒤집고 예산을 삭감했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이 지사는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지만 기재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사감으로 정부기관 간 공식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경제 활성화나 양극화 완화보다 국고지기 역할에 경도된 사명감, 재정균형론과 국채죄악론에 빠져 국고 보전이 중요하다는 그릇된 확신을 가지고 정부 체신 손상을 감수하면서 힘없는 지방정부에 부담을 전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전날에도 한국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작은 것을 거론하며 "홍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에 묻고 싶다.

뿌듯하시냐. 만약 그렇다면 경제관료로서 자질 부족을 심각히 의심해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어려운 국민들의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이야 어찌 됐든 곳간만 잘 지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 자만한다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재부의 나라", 홍남기 "흔들리지 않아" 또다시 충돌(종합)
이에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의 법구경 문구를 올려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재부와 제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며 이 지사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홍 부총리는 "지금은 위기 극복 및 경제 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며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 지사의 광역버스 관련 비판 이후에는 특별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 지사와 홍 부총리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지난 3월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주장에 홍 부총리가 "여러 장점도 있지만 여러 문제도 있어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이를 시작으로 이 지사와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각각 대변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8월에는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비율보다 낮다"는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갈등이 생겼다.

야당이 이 지사의 발언을 '철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는데 홍 부총리가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며 동조한 것이다.

당시 이 지사가 "철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맞받자 홍 부총리는 "제가 어떻게 도지사에 대해 '철이 있다, 없다'고 하겠느냐. 일반 국민이 오해 소지가 있겠다고 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 지사는 "전형적인 탁상공론 정책만 고수한다", "보편복지와 공평의 가치에 벗어난다", "이 나라는 기재부가 아닌 국민의 나라"라며 홍 부총리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