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에 포장·배달·예약취소도…업주·손님들 규정 잘 몰라 혼란
"단체 못 받으면 타격 너무 커"…시민들 "방역 협조해야 하지만 너무 복잡"
수도권 5인이상 집합금지 첫날…식당, 단체손님 '테이블 쪼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는 특별방역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23일.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규정을 아예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사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별도로 시행되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 "5명 이상 단체손님 테이블 나눠 앉는 것도 금지라고요?"

이날 점심시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찌개 전문점에서는 6명의 손님이 입장하자 직원이 4명, 2명으로 나눠 2개 테이블에서 식사하도록 안내했다.

이들은 마치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식사 도중 옆 테이블의 일행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인근의 백반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단체 손님 10명이 한꺼번에 입장하자 점원이 4명, 4명, 2명씩 테이블 3개에 나눠 앉도록 안내했다.

음식점 관계자는 "단체로 온 손님을 띄워서 앉도록 하는 게 금지되는 줄 몰랐다"며 "점심 손님은 가게 근처 회사에서 동료들끼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저녁 장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단체 손님을 아예 받지 않으면 타격이 너무 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5인이상 집합금지 첫날…식당, 단체손님 '테이블 쪼개기'
◇ "장사 안되는 데 온다는 손님 어떻게 막나"

비슷한 시간대에 찾은 수원시 팔달구의 순대국 전문점은 '혼밥' 손님이 다수여서 여러 사람이 한 테이블을 사용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1m도 채 되지 않아 방역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업주는 "5명 이상 손님이 오면 띄엄띄엄 앉도록 하고 있지만, 바쁜 점심시간에는 잘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온다는 손님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경기·인천에서 이날부터 금지된 5인 이상 모임은 실내외를 불문하고 동호회·송년회·신년회·직장회식·집들이·돌잔치·회갑연 등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사적 만남이다.

업주들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 대책에 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의정부시의 한 일식집 업주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되면서 오늘 있던 예약 2건이 모두 취소돼 점심시간인데도 아직 개시도 못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이미 누적된 손해가 엄청난데 이번 조치로 더는 가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 지자체, 인력 부족…일일이 단속 어려워

수도권 각 지방자치단체는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위반할 경우 주최자나 참여자에 대해 벌금이나 과태료에 더해 시설 폐쇄나 운영 중단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한정된 인력이 수많은 업소를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영통구청 관계자는 "영통구에 음식점만 4천여 곳인데 단속 직원 2명이 일일이 점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민원이 제기된 곳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외에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 수칙, 영업시간 위반 여부, 출입명부 작성 등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면서 안내와 계도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5인이상 집합금지 첫날…식당, 단체손님 '테이블 쪼개기'
◇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 먹을 때도 5인 이상 집합금지 적용되나?"

시민들은 수시로 기준이 상·하향 조정되고 업종별로도 제각각인 방역 조치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고양시에 사는 한 30대 회사원은 "5인 이상 모임 금지 기준에 대해 여러 번 읽어봤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늘은 사무실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을 예정인데 이런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의 한 도시락 전문점에서 동료들과 먹을 포장음식을 산 40대 직장인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최대한 협조해야겠지만, 업주도 손님도 잘 모르는 복잡한 규정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위반했다고 벌금까지 물리면 억울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민재 김상연 우영식 권숙희 강영훈 김솔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