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생검 상용화 단계 접어들어, 투자 시 옥석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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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경바이오인사이트 포럼
제3회 한경바이오인사이트포럼이 23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2부 대담은 ‘글로벌 빅딜이 알려주는 액체생검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대담에는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대표,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 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상무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액체생검 기술을 주목하는 이유와 상용화 수준, 넘어야 할 장애물, 투자 시 유의사항 등에 대해서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액체생검은 혈액 타액(침) 분변 등의 체액을 이용해 질병의 발병 여부 및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진단 방식이다. 미국에선 액체생검 기업들의 빅딜이 연달아 성사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미국 대장암 진단기업인 이그젝트사이언스는 액체생검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업인 트리브를 21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 9월엔 진단기업인 일루미나가 액체생검 업체 그레일을 8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액체생검이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진단 방식 대비 안전하고 간단하며, 저렴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전 대표는 “액체생검을 이용하면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치료 효과가 나타날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특정 암을 조기 진단하거나 암의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것도 가능해 시장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곽 상무는 “오진 가능성이 있는 조직 검사와 달리 액체생검은 피에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진단하므로 더 균일하게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액체생검 기술이 보급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액체생검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상업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지난 몇 달 사이에 대형 인수합병(M&A)이 3개나 나왔다”며 “일루미나와 이그젝트사이언스 등이 액체생검 기업을 인수하면서 기술 보편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곽 상무에 따르면 액체생검은 혈중종양세포(CTC), 혈중종양DNA(ctDNA), 암세포 유래 엑소좀을 진단하는 세 방식으로 나뉜다.
CTC는 혈액에 떠 다니는 암세포를 말한다. 암 조직이 커지면서 형성된 암세포 일부가 혈관에 유입되면서 혈관을 타고 몸 속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혈액 1ml(밀리리터)에 1개가 있을 정도로 극소량에 불과한 데다, 다른 세포들 속에서 CTC만 따로 분리하기 위해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세포가 살아 있는 상태로 검출해야 해 세포 분리 과정 중에 CTC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ctDNA는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 유래 DNA다. 초기 암 환자에게선 정상 세포 유래 DNA 대비 1%에 불과한 양만 검출된다. 다만 암 말기에 이르면 그 비율이 늘어난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30~100nm(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다.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에서 유래된 엑소좀은 정상세포를 암으로 변이시킬 수 있어 다른 장기로의 암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엑소좀도 분리가 어렵다. 원심분리기로 전체 액소좀을 분리하고 그 중에서 암세포에서 나온 엑소좀만 따로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야 추출할 수 있다.
두 액체생검 기업의 대표는 ctDNA와 CTC 간의 차이에 주목했다. 전 대표는 “ctDNA는 얻기는 쉽지만 정보가 제한적이며, CTC는 얻기는 어렵지만 정보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엑소좀은 상용화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후성유전체도 함께 보면 얻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ctDNA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액체생검 보급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도 주제로 다뤄졌다. 이 대표는 “새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이다보니 환자, 의사들에게 액체생검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으로 한정하면 임상 검사 서비스를 바이오 기업이 아닌 의료기관에 한정해서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제도적인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곽 상무는 빅데이터 활용 여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의료기관에선 환자 추적을 잘 할 수 있는 의료정보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액체생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액체생검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업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만큼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했는지를 투자 이전에 확인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전 대표는 “시장 트렌드를 겨냥해 기술력이 없는 액체생검 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임상 건수, 환자 수, 임상 병원, 임상의 등을 (투자 전에)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액체생검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며 “인허가 여부, 논문 등을 확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상무는 “CTC 기술을 가진 기업은 혈액에서 CTC를 얼마나 쉽게 분리할 수 있는지, ctDNA 기술을 가진 기업은 혈액에 극소량으로 있는 ctDNA를 얼마나 잘 증폭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좋다”며 “향후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암 스크리닝과 진단에 활용 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보유 정도와 활용 능력도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이날 대담에는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대표,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 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상무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액체생검 기술을 주목하는 이유와 상용화 수준, 넘어야 할 장애물, 투자 시 유의사항 등에 대해서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액체생검은 혈액 타액(침) 분변 등의 체액을 이용해 질병의 발병 여부 및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진단 방식이다. 미국에선 액체생검 기업들의 빅딜이 연달아 성사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미국 대장암 진단기업인 이그젝트사이언스는 액체생검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업인 트리브를 21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 9월엔 진단기업인 일루미나가 액체생검 업체 그레일을 8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액체생검이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진단 방식 대비 안전하고 간단하며, 저렴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전 대표는 “액체생검을 이용하면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치료 효과가 나타날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특정 암을 조기 진단하거나 암의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것도 가능해 시장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곽 상무는 “오진 가능성이 있는 조직 검사와 달리 액체생검은 피에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진단하므로 더 균일하게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액체생검 기술이 보급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액체생검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상업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지난 몇 달 사이에 대형 인수합병(M&A)이 3개나 나왔다”며 “일루미나와 이그젝트사이언스 등이 액체생검 기업을 인수하면서 기술 보편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곽 상무에 따르면 액체생검은 혈중종양세포(CTC), 혈중종양DNA(ctDNA), 암세포 유래 엑소좀을 진단하는 세 방식으로 나뉜다.
CTC는 혈액에 떠 다니는 암세포를 말한다. 암 조직이 커지면서 형성된 암세포 일부가 혈관에 유입되면서 혈관을 타고 몸 속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혈액 1ml(밀리리터)에 1개가 있을 정도로 극소량에 불과한 데다, 다른 세포들 속에서 CTC만 따로 분리하기 위해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세포가 살아 있는 상태로 검출해야 해 세포 분리 과정 중에 CTC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ctDNA는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 유래 DNA다. 초기 암 환자에게선 정상 세포 유래 DNA 대비 1%에 불과한 양만 검출된다. 다만 암 말기에 이르면 그 비율이 늘어난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30~100nm(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다.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에서 유래된 엑소좀은 정상세포를 암으로 변이시킬 수 있어 다른 장기로의 암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엑소좀도 분리가 어렵다. 원심분리기로 전체 액소좀을 분리하고 그 중에서 암세포에서 나온 엑소좀만 따로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야 추출할 수 있다.
두 액체생검 기업의 대표는 ctDNA와 CTC 간의 차이에 주목했다. 전 대표는 “ctDNA는 얻기는 쉽지만 정보가 제한적이며, CTC는 얻기는 어렵지만 정보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엑소좀은 상용화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후성유전체도 함께 보면 얻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ctDNA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액체생검 보급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도 주제로 다뤄졌다. 이 대표는 “새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이다보니 환자, 의사들에게 액체생검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으로 한정하면 임상 검사 서비스를 바이오 기업이 아닌 의료기관에 한정해서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제도적인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곽 상무는 빅데이터 활용 여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의료기관에선 환자 추적을 잘 할 수 있는 의료정보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액체생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액체생검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업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만큼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했는지를 투자 이전에 확인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전 대표는 “시장 트렌드를 겨냥해 기술력이 없는 액체생검 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임상 건수, 환자 수, 임상 병원, 임상의 등을 (투자 전에)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액체생검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며 “인허가 여부, 논문 등을 확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상무는 “CTC 기술을 가진 기업은 혈액에서 CTC를 얼마나 쉽게 분리할 수 있는지, ctDNA 기술을 가진 기업은 혈액에 극소량으로 있는 ctDNA를 얼마나 잘 증폭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좋다”며 “향후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암 스크리닝과 진단에 활용 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보유 정도와 활용 능력도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