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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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제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으로 통하는 G7 국가(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를 넘어선 첫 사례가 된다. 우리나라 1인당 GNI가 1000달러 가량 감소하지만 이탈리아가 3000달러 안팎까지 줄게 되면서 두 나라 간 GNI가 역전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두 나라의 희비를 갈랐다. 관광업 등 서비스업과 내수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제조업·수출 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지난해 성장률 하락폭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았을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이 코로나19 충격을 크게 상쇄했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전년 대비 5.4% 감소했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11월, 12월 등 두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성장률 급락을 방어하는 지지선 역할을 톡톡히 했다.

1인당 GNI, G7 국가 처음으로 추월하나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GNI는 2019년 3만2115달러(OECD 기준 3만1842달러)에서 줄어 지난해는 3만1000달러 선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1% 이상 역성장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OECD는 지난달 초 작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1.1%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이보다 하락폭이 클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여기에 작년 원·달러 평균 환율이 전년보다 오른 데다 저물가가 지속된 점도 GNI를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인당 GNI는 국내총생산(GDP)이 늘거나, 환율이 떨어지거나, 또는 물가가 오르면 증가한다.

OECD의 GDP 증가율 전망치와 평균 환율 등을 적용하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200~3만1300달러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3만3000달러대에서 2019년 3만2000달러대로, 지난해는 다시 3만1000달러대로 2년 연속 감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한국보다 GNI가 근소하게 많은 이탈리아와 영국 등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성장률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이탈리아의 성장률을 -9.9%로 내다봤다. IMF는 더 낮은 -10.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탈리아의 2019년 OECD 기준 1인당 GNI는 3만3205달러다. 여기에 OECD 성장률 전망치를 적용하면 지난해는 3만달러대 초반까지 급감하게 된다. 2만달러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로 환율과 물가 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월 경제 전망 발표.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 전망치. /출처=OEC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월 경제 전망 발표.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 전망치. /출처=OECD

수출 제조업이 희비 갈랐다

전문가들은 두 국가의 경제 구조가 희비를 가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고 내수 산업 비중이 작아 이탈리아와는 상반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크게 줄어 내수에 큰 충격이 전해졌다. 대면 소비로 이뤄지는 관광산업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하는 등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구조다. 반면 한국은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투자, 산업생산 지표도 코로나19 충격에 버티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도 이들 국가처럼 성장률이 고꾸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성장은 역시 코로나19가 쥐고 있다"며 "올해 초에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경기가 V자 반등을 이루면서 성장이 지속되고, 그렇지 못하면 경기는 더 악화될 소지가 높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팬데믹이 만약 올해도 지속된다면 지난해 서비스 산업이 망가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이어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국가들에도 충격이 본격적으로 전이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재정을 많이 썼기 때문에 올해 재정에 여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성장률이 비교적 괜찮은 이유는 올해 원화 가치가 급락하지 않고 지탱해준 영향이 있다"며 "올해 환율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