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0.67%, S&P 500 지수는 0.21% 내린 반면, 나스닥은 0.51% 올랐습니다.
재정 부양책이 마침내 미 의회를 통과했지만 이미 반영된 뉴스였고, 영국의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한층 낮아졌지만 경계감은 이어졌습니다.
또 경제 지표는 방향이 엇갈렸습니다.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4%로 기존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됐지만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88.6으로 전달 92.9에서 낮아졌습니다. 또 지난달 기존주택판매도 전달보다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는 주택 재고가 1982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 탓으로 분석됐습니다.

하나 시끄러웠던 게 있다면 바로 대장주 애플과 전날 S&P 500 지수에 편입된 시가총액 순위 6위 테슬라였습니다. 애플은 2.85% 오른 반면 테슬라는 1.46% 떨어져 이틀째 하락했습니다. 단순히 애플, 테슬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날 라이다 관련주, 마그나 등 일부 자동차 부품주와 배터리주들도 급등했습니다.
이는 전날 로이터 보도의 여파입니다. 로이터는 "애플이 2024년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차는 혁신적 배터리 기술에 기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월가는 하루 종일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이뤄질 것인지, 이뤄진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애플이 전기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자본집약적이고 마진이 낮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엇갈렸습니다. 진입할 것으로 보는 쪽에서도 생산까지 수직 통합할 것이란 측과 자율주행기술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는 측이 맞섰습니다.

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애플,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

①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애플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2015년 2338억 달러 매출은 작년 2745억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아이폰이 나온 뒤 지난 10년간 애플이 한 가장 큰 혁신은 헤드폰 분야”라며 “비트 인수를 통해 이어셋 하나를 550달러에 판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꼬집고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결합하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은 2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시장인데,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전기차와 스마트폰을 이어 음악 콘텐츠 등 각종 서비스를 할 경우 자동차 산업 자체를 난장이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애플이 로이터의 뉴스에 대해 '노 코멘트'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뭔가를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주가가 오른다면 투자자들이 원한다는 것인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RBC의 로버트 뮬러는 “애플의 매출 규모(TAM)를 확대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발전”이라고 말했다.

② 10년 이상 준비해왔다

-몇 차례 보도됐지만 애플은 2014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를 만들어 전기차를 연구해왔고 2018년 테슬라의 개발담당 임원이던 더그 필드를 영입했다. 2019년에는 자율주행기술 관련 백서를 발표했다. 애플의 필 쉴러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애플은 자동차 개발에 대해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선보이기 훨씬 이전부터 논의해왔다”고 언급했다.
③ 성공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뛰어나다. 전기차의 요소인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모두 애플의 전문 분야다. 엔진은 외부 조달하면 된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자본조달력과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할 능력, 그리고 하드웨어 디자인 능력과 에코시스템 등.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④ 자동차 회사와 파트너십을 한다면 진출이 어렵지 않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능력은 차고 넘친다. 싼 값에 공장을 인수해 바꾸거나, 전기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를 파트너로 삼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전기차 시장 진입이 어렵다지만 테슬라도 했고 신생업체인 니콜라 같은 곳도 준비하고 있다.
-RBC의 로버트 뮬러는 “밸류체인 전체를 가지는 것보다는 전통적 자동차 업계와 파트너를 이루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⑤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할 경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에버코어ISI는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많은 비용을 차지하며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아온 핵심요소”라며 “애플이 만약 배터리 기술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면 전기차 생산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애플은 전기차 시장 진출 않을 것.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데 그칠 것.

① 2014년부터 수차례 타진했으나 여의치 않다

-지난 2015년 애플이 타이탄프로젝트를 2014년 시작했고 2019년 전기차 출시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애플은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알려진 계획도 없다. 게다가 2019년 타이탄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19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생산 준비가 전혀 이뤄진 게 없는데 4년 뒤 전기차 출시는 일정상 불가능하다.

② 자동차는 저마진 산업이다. 애플에 어울리지 않는다

-자동차는 자본집약적이며 저마진 산업이다.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의 총마진은 15% 수준으로 애플의 38%보다 훨씬 낮다. 애플 같은 고마진 기업이 뛰어들 시장이 아니다.
-에버코어ISI의 아밋 다르야나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자율주행차 기술을 계속 개발해 전통적 자동차 기업들에게 판매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관측했다.
-씨티그룹은 "자동차는 저마진 제품이기 때문에 애플이 차를 만든다는데 매우 회의적이다. 애플은 오퍼레이팅 시스템(OS)을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③ 진출한다 해도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에 그칠 것이다
-룹벤처스의 진 먼스터 “애플은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데 이를 활용해 애플 브랜드 자동차를 만들지, 아니면 라이선싱 사업을 할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2015년께 애플TV 개발 사실이 알려져 전자업계에 파장이 일었습니다. 애플이 TV를 출시할 경우 삼성전자 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애플은 스트리밍서비스 형식으로 애플 TV를 내놓았고 기존 TV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2024년에 애플이 전기차를 내놓는다고 해도 테슬라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그 때쯤이면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중국에 이어 베를린, 텍사스 공장까지 글로벌 생산망을 갖고 수백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회사가 되어있을 수 있으니까요.
실제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16년 관련 기사가 나오자 "애플 카는 알려진 비밀"이라는 트윗을 띄웠었고, 2019년에는 "엔진과 헤드폰은 따로 판매할 것"이란 냉소적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윗에선 “테슬라는 벌써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중간거리 모델에 쓰고 있다. 모노셀 방식은 전기화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최대 전압이 너무 낮다. 아마도 이건 테슬라가 배터리팩을 구조적으로 만든 것처럼 셀들을 묶는 것을 뜻하는 것인가”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애플에 인수를 타진했던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머스크는 "모델3로 고생하던 때 팀 쿡에게 연락해 지금의 10분의 1의 가격으로 테슬라 인수 가능성을 논의하려했다. 하지만 그는 미팅을 거부했다"고 밝힌 겁니다. 과연 애플은 전기차에 정말 진출할 의사를 갖고 있을까요?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