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는 강력 항변…"익명으로 왜곡 말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구의역 사고 등에 대한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데 대해 바짝 엎드려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토부 장관이 되면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구의역 사고 발언 등에 대한 사과로 시작했다.

그는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저의 지난 삶과 인생 전반을 무겁고 진지하게 되돌아보았다"라며 "그 성찰의 시간 속에서 국민들의 마음과 아픔을 사려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을 했다"라고 말을 꺼냈다.

'과거 발언 죄송합니다' 바짝 엎드린 변창흠
그러면서 그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군과 가족분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사과했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인 2016년 구의역 사고를 언급하면서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희생자)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바 있다.

그는 모두발언 뒤 단상에서 나가 의원들을 향해 90도로 숙인 데 이어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이 국민께 다시 사과해 달라고 요청하자 재차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변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안전 확보에 주력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국토부에는 건설뿐만 아니라 철도, 택배 등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분들이 너무 많다"라며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이런 '위험 노동'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에 나서 재원부족 때문에 인권이 경시되지 않도록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발언을 할 때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 대해 몰랐지만 그 이후에는 구조적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후 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있으면서 건설현장에서 안전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변 후보자는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법안은 중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인을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건설업계의 반대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건설현장과 시설물의 안전성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부각되고 있다"며 "저도 중대재해를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을 하고 있으며, 법안 제정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는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이 다시 사과를 요구하자 "4년 전에 건설현장과 다른 노동현장의 구조를 잘 모른 채 발언해 피해자와 유족, 그와 비슷한 위험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고 상처 드려 죄송하다"라며 "국토부 장관이 된다면 과거 저의 발언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억울한 생명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SH 사장으로 재직할 때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거나 지인들을 특혜성 채용을 해주고 연구용역을 몰아줬다는 등의 의혹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했다.

변 후보자는 "교수로 있다가 조직을 새로 맡으면서 고 박원순 시장의 강력한 개혁에 한 역할을 하려고 저도 개혁정책을 추진했는데, 그러다 보니 불편한 분들이 있었고 반발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들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과장하거나 부풀려 언론 등에 제보하면서 일이 불거졌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데 몇 년간 시달리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지금도 계속 의혹이 언론에 나오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떳떳하게 얼굴을 밝히면서 증언해 줄 사람이 있으면 달게 받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면서 숨어서 왜곡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