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범죄단체 활동·가입 등의 혐의를 추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추가로 재판에 넘기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기,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6명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 등은 "대출금을 상환하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2018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1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국내 현금 인출팀, 중국과 국내를 오가는 연락책, 대포폰·통장 모집책, 돈을 중국에 보내는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1심은 이들의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징역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이후 검사는 A씨 등의 공소장에 범죄단체조직·활동·가입 혐의를 추가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도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2심은 추가된 혐의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상치 못한 공소사실의 추가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사기 공소사실과 범죄단체 공소사실은 범행일시, 행위, 공모관계 등 범죄사실이 다르고,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별건 기소 등의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와 개별 범죄는 서로 다른 범죄로 공소장변경 절차를 통해 공소사실을 추가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