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 차에 접어든 ‘구광모호(號)의 LG’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룹으로 떠올랐다. 전기차를 새 먹거리로 앞세워 올 한 해 10대 그룹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폭(증가율 기준)으로 늘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신사업을 다수 장착한 LG의 향후 주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구광모의 LG號' 시총 50조원 뛰었다

LG전자 목표주가 쑥쑥

지난 23일 12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한 LG전자는 24일 6.28% 하락한 11만2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전례없이 주가가 급등한 탓에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대거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날 일제히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메리츠증권은 16만7000원까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LG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덕이다. 단기간에 실적을 내긴 어렵지만 향후 마그나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인트벤처 발표로) LG전자 주가의 상방이 열렸다”며 “내년 전장사업부의 분기 흑자가 예상되면서 기업의 체질 변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불안감 씻고 재계 톱으로

그동안 시장에서는 40대 초반의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존재하던 것도 사실이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데다 상대적으로 경영 수업이 덜 됐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주가도 주춤했다. 취임 직후 90조원을 넘어섰던 그룹 시가총액은 연초 83조4802억원까지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위기를 넘게 해준 것은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공을 들인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이었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불리는 올해 주도주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르면서 1년 새 주가가 150% 넘게 뛰었다. 골칫거리였던 LG디스플레이도 업황이 살아나면서 최근 주가가 꿈틀대고 있다. LG화학에 이어 LG전자가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데다 지주사 LG, LG생활건강, LG이노텍 등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해 LG그룹 시총은 134조9986억원까지 늘었다. 구 회장 취임 시점과 비교해 시총이 50%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내년 실적 전망도 밝다.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 LG이노텍 등 그룹 전체 상장사의 2021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9%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