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20억원어치의 KF94 마스크 수출계약을 발표해 매수세가 몰렸던 중국계 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에스가 공시를 번복하면서 주가가 이틀 새 50% 가까이 급락했다. 계약이 발표된 이후 기관들은 연일 주식을 팔아치웠고, 공시를 믿고 투자했던 개미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마스크 1조 수출' 허위공시 논란…엘아이에스, 주가 이틀새 반토막
24일 엘아이에스는 23.99% 내린 6050원에 마감했다. 전날에도 26.30% 급락했다. 엘아이에스 주가는 지난 16일 장중 1만3550원까지 치솟았다. 1주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23일 “계약금이 입금 예정일인 12월 23일까지 미입금됐다”고 알린 것이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사태의 발단은 16일 나온 ‘1조원 마스크 수출’ 소식이다. 이날 엘아이에스는 9820억원어치 마스크를 태국 더블에이(Double A)그룹에 수출한다고 장중 공시했다. 더블에이는 1991년 설립된 태국 제지 업체로 ‘더블에이’라는 상표로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공시가 나온 직후 개인투자자가 몰렸다. 엘아이에스 본업이 디스플레이 장비라는 사실도, 시가총액 1000억원 수준의 초소형 기업이라는 점도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 1451억원인 기업이 1조원에 가까운 계약을 따냈다는 ‘대박 소식’이 매수 근거가 됐다.

이날 개인들은 36억4100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주가는 장중 1만3550원까지 급등했다. 52주 최고가였다. 이후 24일까지 개인들은 총 87억21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11억64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외국인은 2억75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더블에이 코리아가 22일 “엘아이에스와 어떤 계약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발표하면서다. 더블에이 코리아는 더블에이그룹의 한국지사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엘아이에스를 공시번복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시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1조원 규모 마스크 계약을 공시하기 전날 엘아이에스는 상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타법인’이 매도를 주도했다는 점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은 ‘작전’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