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싸게 주느니 차라리…" 버티기 들어간 집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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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이후…4년 전세·임차인 고르기 본격화
수도권 대단지 입주 아파트들, 임대인-임차인간 괴리 커
임대인 "지연금 내도 싼 값에 전세 안돼"
수도권 대단지 입주 아파트들, 임대인-임차인간 괴리 커
임대인 "지연금 내도 싼 값에 전세 안돼"
수도권 새 아파트에서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간에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우려됐던 '임차인 고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은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양쪽 다 버티는 건 마찬가지지만 집값을 바라보는 생각은 다르다는 얘기다. 집주인은 가격을 고정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한 번 세입자를 들이면 4년은 거주해야 하다보니 조건에 맞는 임차인을 찾고 있다. 높은 전셋값을 감당할 것인지, 단기간만 거주할건지 등을 조율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넘치는 전세매물을 보면서 '버티다보면 전셋값이 빠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
30일 부동산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입주에 들어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어바인퍼스트(3850가구)에서 나와있는 전세매물은 873건에 달해 단지 전체에서 20%를 웃돌고 있다. 매매를 원하는 매물은 51건, 월세는 381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호계동의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 아파트마다 전세매물은 넘치지만,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이전에 비해 희박하다"며 "집주인들은 지정된 날짜 이후에 들어가면 돈을 내야하는 '입주지연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건에 맞는 세입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입주장에서는 잔금이 부족하거나 추후 매도예정인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는 편이다. 전세매물이 넘치면서 입주마감일을 앞두고는 전셋값이 떨어지곤 했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 싼값에 새 아파트 전세를 들어가려는 수요들이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른바 '입주 전세'는 낮은 가격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되고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이제는 입주장에서 '싼 전세'는 찾기는 어렵게 됐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했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84㎡의 전셋값이 평균 6억3000만원대였지만, 최근들어 나온 계약이 12억9000만원일 정도로 급등했다. 입주당시 낮은 가격에 세입자를 받았던 집주인들은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갱신했다. 그나마 나오는 전세매물들은 귀해지다보니 가격은 치솟게 됐다. 이러한 사례들이 나오면서 입주 아파트에 싼 전세는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
수도권의 대단지 입주 아파트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는 게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전셋값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입주중이고, 입주 마감일이 내년 2월인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캐슬앤파밀리에시티 1단지'(2255가구) 역시 마찬가지다. 한달 전인 11월29일 보다 매매 매물은 136건에서 91건으로 줄어든 반면, 전세매물은 439건에서 426건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내년 1월부터 입주하는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파크나인 2차'(1094가구) 또한 매매는 20건, 전세는 217건으로 차이가 크게 난다.
이는 정부가 계속해서 내놓은 규제책 때문이다. 수차례에 걸쳐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내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40%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추가로 신용대출과 DSR(총부채상환비율)까지 한도제한을 받으면서 '영끌' 또한 어려워졌다. 전세자금대출이 있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막히면서 제 아무리 집주인이라고 하더라도 내 집에 들어가기 어려워졌다.
수원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새 집에 들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막상 자금을 계산해보니 답이 안나와서 전세로 돌리게 됐다"며 "전세를 한번 돌리고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에서 나가게 되거나 보증금을 올리게 되는 등의 위험을 대비해야 하다보니 전셋값은 싸게 내놓을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김씨는 본인이 임대차법의 피해를 입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셋집에 살면서 큰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을 보고 둘째의 중학교 전학을 생각하면서 3년 후 입주를 준비했던 유모씨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입주하는 내 집은 낮은 가격이라도 빨리 전세를 주고 몇개월이나 1년 정도 연장한 다음에 들어갈 생각이었다"며 "살고 있는 전셋집에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근처에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는데 전셋값이 너무 뛰었다. 당장 나도 갈 데가 없는데 어떻게 전세를 쉽게 놓겠나. 5년 전부터 어려모로 재보고 계획해서 분양을 받는건데 답답하다. 계획을 해봤자 부동산 대책이 바뀌고 대출 막혀서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안양·용인=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은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양쪽 다 버티는 건 마찬가지지만 집값을 바라보는 생각은 다르다는 얘기다. 집주인은 가격을 고정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한 번 세입자를 들이면 4년은 거주해야 하다보니 조건에 맞는 임차인을 찾고 있다. 높은 전셋값을 감당할 것인지, 단기간만 거주할건지 등을 조율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넘치는 전세매물을 보면서 '버티다보면 전셋값이 빠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
30일 부동산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입주에 들어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어바인퍼스트(3850가구)에서 나와있는 전세매물은 873건에 달해 단지 전체에서 20%를 웃돌고 있다. 매매를 원하는 매물은 51건, 월세는 381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집주인들, 전세매물 넘쳐도 가격 버티기
평촌어바인퍼스트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0억482만원에 거래되면서 분양가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집값이 더 뛸 것으로 예상하다보니 매도를 위한 아파트 매물은 드문 편이다. 전세로 나와있는 매물의 호가는 6억~8억원으로 천차 만별이다. 층과 향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세입자의 조건에 따라 다르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호계동의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 아파트마다 전세매물은 넘치지만,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이전에 비해 희박하다"며 "집주인들은 지정된 날짜 이후에 들어가면 돈을 내야하는 '입주지연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건에 맞는 세입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입주장에서는 잔금이 부족하거나 추후 매도예정인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는 편이다. 전세매물이 넘치면서 입주마감일을 앞두고는 전셋값이 떨어지곤 했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 싼값에 새 아파트 전세를 들어가려는 수요들이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른바 '입주 전세'는 낮은 가격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되고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이제는 입주장에서 '싼 전세'는 찾기는 어렵게 됐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했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84㎡의 전셋값이 평균 6억3000만원대였지만, 최근들어 나온 계약이 12억9000만원일 정도로 급등했다. 입주당시 낮은 가격에 세입자를 받았던 집주인들은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갱신했다. 그나마 나오는 전세매물들은 귀해지다보니 가격은 치솟게 됐다. 이러한 사례들이 나오면서 입주 아파트에 싼 전세는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
수도권의 대단지 입주 아파트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는 게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전셋값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입주중이고, 입주 마감일이 내년 2월인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캐슬앤파밀리에시티 1단지'(2255가구) 역시 마찬가지다. 한달 전인 11월29일 보다 매매 매물은 136건에서 91건으로 줄어든 반면, 전세매물은 439건에서 426건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내년 1월부터 입주하는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파크나인 2차'(1094가구) 또한 매매는 20건, 전세는 217건으로 차이가 크게 난다.
분양 받을 땐 비규제지역…입주하려니 대출길 '꽉' 막혀
내년 2월 입주예정인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수원역 푸르지오자이'(4086가구)에서는 매매로 나온 물건이 4건에 불과하지만, 전세매물은 505건에 달한다. 한달 전 보다 전세매물은 218건에서 되레 두 배 이상 늘었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를 시작하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씨엘포레자이'(1394가구)에서도 전세매물(158건)이 매매(78건)을 훨씬 앞지르고 있고,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다. 집주인이 전셋값 버티기에 들어가는 이유는 또 있다. 추가 대출이 가능한 길이 막히면서 자금사정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은 최근 2~3년새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 분양을 받고 계약할 시에 생각해뒀던 대출과 실제 입주시에 가능한 대출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이는 정부가 계속해서 내놓은 규제책 때문이다. 수차례에 걸쳐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내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40%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추가로 신용대출과 DSR(총부채상환비율)까지 한도제한을 받으면서 '영끌' 또한 어려워졌다. 전세자금대출이 있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막히면서 제 아무리 집주인이라고 하더라도 내 집에 들어가기 어려워졌다.
수원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새 집에 들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막상 자금을 계산해보니 답이 안나와서 전세로 돌리게 됐다"며 "전세를 한번 돌리고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에서 나가게 되거나 보증금을 올리게 되는 등의 위험을 대비해야 하다보니 전셋값은 싸게 내놓을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김씨는 본인이 임대차법의 피해를 입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셋집에 살면서 큰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을 보고 둘째의 중학교 전학을 생각하면서 3년 후 입주를 준비했던 유모씨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입주하는 내 집은 낮은 가격이라도 빨리 전세를 주고 몇개월이나 1년 정도 연장한 다음에 들어갈 생각이었다"며 "살고 있는 전셋집에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근처에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는데 전셋값이 너무 뛰었다. 당장 나도 갈 데가 없는데 어떻게 전세를 쉽게 놓겠나. 5년 전부터 어려모로 재보고 계획해서 분양을 받는건데 답답하다. 계획을 해봤자 부동산 대책이 바뀌고 대출 막혀서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안양·용인=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