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6)씨는 2년 전 대학 문을 나서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항공사 승무원이 됐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보니 주변의 축하와 격려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초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초보 승무원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입사 때만 해도 세계 각국을 누비는 꿈에 부풀었는데, 하루아침에 비행기 날개가 접힐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회사는 경영악화를 견디다 못해 무급휴직을 단행했고, 이후 드문드문 비행 일정이 잡히고는 있지만 몇 푼 안 되는 수당에 의존해 생계를 꾸리기는 힘겹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일자리는 빵집 아르바이트다. 25일 연합뉴스 취재진을 만난 A씨는 "겸업할 수 없는 회사 규정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게 불가능해 하는 수 없이 지인 빵집에서 수고비를 받으며 일한다"며 "돈을 벌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새 직장을 찾을 용기도 없다"고 우울한 감정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주저앉으면서 고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젊은 구직자를 중심으로 눈높이를 확 낮추거나 열악한 근로환경에 맞춰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이 밝힌 11월 충북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1주간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19만7천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만4천명(20.6%) 늘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69만 4천명으로 2만7천명(3.8%) 감소했다.
일용근로자와 임시근로자 또한 전년 대비 5천명(14.2%)과 3천명(1.9%)씩 증가했다.
고용률(69.7%)은 지난해보다 1.4%P 상승했지만, 임시·일용직 등 불완전 취업이 늘었다는 얘기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B(31)씨는 "첫 직장이 중요한데, 원하는 일자리가 나오지 않아 최근 한 기업의 차량 운전직으로 입사했다"며 "신분이 불안하고, 처우나 복지도 기대에 못 미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며 "요즘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데 그나마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올해 2월 이후 구직자 1천161명을 조사한 결과, 68.9%가 코로나19 이후 눈높이를 낮춰 지원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눈높이를 낮춘 조건으로는 연봉(60.4%, 복수 응답), 고용 형태(38.9%), 기업형태(32.3%), 근무환경(23.6%) 순이었다.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지금은 원하는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완화할 대책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