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시내 거래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시내 거래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세계은행의 연례 ‘기업 환경 통계’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고 세계은행 직원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부 감사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은행이 자체 기업환경 보고서의 오류 등에 대한 감사에 나선 건 올해 초였다. 보고서의 신뢰성에 대한 직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8월 중국과 아제르바이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 결과 중국은 2017년, 다른 3개국은 2019년 보고서 작성 때 세계은행 측과 접촉해 각각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는 세계은행이 매년 내놓는 기업 환경 조사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각국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으는 자료다. 해당 국가에서 창업이 얼마나 쉬운지, 세금이 얼마나 낮은지, 대출 이용 가능성이 원활한지 등이 국가별 순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작년 발표된 기업 환경 조사에선 뉴질랜드가 총 190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세계은행 감사 결과,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직원 15명 중 9명이 중국 등에서 직·간접적인 조작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직원들은 처음 압력을 받았을 땐 보복이 두려워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예컨대 2017년 10월 중국의 세계 기업환경 순위는 78위로 발표됐는데, 이런 조작 점수를 반영한다면 85위로 7계단 하락하는 게 맞는다는 계산이다.

세계은행 감사 보고서는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압력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며 “보복 우려도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내 경영진의 잦은 인사 이동 등도 보고서 조작 압력을 받은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보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앞서 폴 로머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세계은행 보고서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왜곡 및 조작 압력에 취약하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