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퀄컴·韓 삼성전자 제치고 '깜짝 1위' 오른 반도체업체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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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스마트폰용 AP(반도체) 시장점유율
美 퀄컴 제치고 대만 미디어텍이 세계 1위
삼성전자는 공동 3위권에 그쳐
미국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 하락
미디어텍 AP 쓰는 샤오미 오포 상승
중국 납품 늘려야하는 삼성전자
대만 미디어텍 선전에 전략 차질
美 퀄컴 제치고 대만 미디어텍이 세계 1위
삼성전자는 공동 3위권에 그쳐
미국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 하락
미디어텍 AP 쓰는 샤오미 오포 상승
중국 납품 늘려야하는 삼성전자
대만 미디어텍 선전에 전략 차질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시장에 이변이 발생했다. 대만의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 업체) 미디어텍이 미국 퀄컴을 누르고 세계 AP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 1위에 오른 것이다. AP '엑시노스'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하며 애플, 하이실리콘 등과 함께 공동 3위에 그쳤다. 3분기 글로벌 AP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디어텍은 그동안 고급 칩 중심 미국 퀄컴과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중심으로 칩을 생산했던 삼성전자, 애플의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활용했다.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 AP를 중국 업체에 싼 값에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활용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애국 소비'로 버티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3420만대로 작년 3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화웨이의 분기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화웨이가 잃은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업체들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다. 샤오미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13%로 화웨이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오포(8%), 비보(8%) 등도 세계 5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화웨이는 샤오미, 오포, 비보와 AP 전략 관련해서 큰 차이가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기린(Kirin) AP를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샤오미, 오포, 비보는 자체 AP를 생산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서 사서 쓴다. 중저가폰을 주로 생산하는 샤오미, 오포, 비보의 특성 상 중저가 AP가 주력인 대만 미디어텍을 주로 활용했다.
화웨이 판매량이 줄고 샤오미 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텍의 점유율도 올라갔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의 미디어텍 AP 주문량이 화웨이 제재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미디어텍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설명했다.
'중저가폰'이 대중적인 인도, 중남미 등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미디어텍 칩을 스마트폰에 활용하고 있다. 갤럭시A31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폰엔 미디어텍의 헬리오 P65 AP가 들어가있다.
미디어텍은 대중화되고 있는 5G 스마트폰 시장을 '디멘시티'를 앞세워 적극 공략 중이다. 최근 샤오미, 오포, 비보, 리얼미 등 중국 업체들도 5G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들 스마트폰 업체들은 '프로', '플러스' 등이 붙은 프리미엄 제품엔 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쓰지만 일반 제품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AP를 채택하고 있다.
미디어텍의 실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3억달러로 작년 3분기(21억5400만달러) 대비 53.2%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퀄컴의 매출 증가율(37.6%)을 크게 앞선다.
삼성전자는 '비보'와의 거래에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엑시노스 980 AP를 비보 'X30' 스마트폰에 납품했다. 최근 공개한 '엑시노스 1080' AP는 오는 29일께 출시 예정인 비보의 5G 스마트폰 'X60'에 들어간다. 하지만 샤오미와 오포 관련해선 상황이 좀 다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월 기자와 만나 "내년엔 샤오미와 오포에도 엑시노스를 납품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납품 성사 관련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AP 개발 전략이 '외부 판매 확대' 대신 '자사 스마트폰용 고급 칩 개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엑시노스 외부 판매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외부 판매를 늘려 매출과 이익률을 높이려고하지만, "애플처럼 자사 스마트폰용 프리미엄 AP 개발에 주력해야한다"는 다른 목소리가 삼성전자 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애플은 'A14' 등의 AP를 개발해 TSMC 같은 파운드리업체에서 생산한 뒤 자사 스마트폰 '아이폰' 전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스마트폰 AP 점유율 31%로 첫 세계 1위
지난 2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미디어텍이 2020년 3분기 처음으로 세계 1위 스마트폰 칩셋 업체가 됐다"고 발표했다. 미디어텍의 AP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31%로 퀄컴(29%)과 삼성전자, 애플, 하이실리콘(이상 13%)을 제쳤다. 작년 3분기엔 퀄컴이 31%로 1위, 미디어텍이 26%로 2위였고 3위는 삼성전자(16%), 4위는 하이실리콘(12%) 5위는 애플(11%)이었다. 지난 2분기에도 1위는 퀄컴(29%), 2위는 미디어텍(26%)이었다. 미디어텍은 1997년 설립된 대만 팹리스 기업이다. 3분기 기준 대만 2위, 세계 3위 파운드리업체 UMC의 디자인하우스(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기업과 설계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업체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업체)에서 출발했다. '헬리오(Helio)'란 이름을 붙인 스마트폰 AP가 주력제품이지만 TV용 반도체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미디어텍은 그동안 고급 칩 중심 미국 퀄컴과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중심으로 칩을 생산했던 삼성전자, 애플의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활용했다.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 AP를 중국 업체에 싼 값에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활용했다.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누려
3분기 미디어텍의 '깜짝 1위'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우선 화웨이의 몰락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 영향으로 3분기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4% 수준으로 하락했다.중국 시장에서도 '애국 소비'로 버티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3420만대로 작년 3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화웨이의 분기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화웨이가 잃은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업체들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다. 샤오미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13%로 화웨이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오포(8%), 비보(8%) 등도 세계 5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화웨이는 샤오미, 오포, 비보와 AP 전략 관련해서 큰 차이가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기린(Kirin) AP를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샤오미, 오포, 비보는 자체 AP를 생산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서 사서 쓴다. 중저가폰을 주로 생산하는 샤오미, 오포, 비보의 특성 상 중저가 AP가 주력인 대만 미디어텍을 주로 활용했다.
화웨이 판매량이 줄고 샤오미 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텍의 점유율도 올라갔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의 미디어텍 AP 주문량이 화웨이 제재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미디어텍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설명했다.
'중저가폰'이 대중적인 인도, 중남미 등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미디어텍 칩을 스마트폰에 활용하고 있다. 갤럭시A31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폰엔 미디어텍의 헬리오 P65 AP가 들어가있다.
5G용 AP 시장도 적극 공략
미디어텍이 중급 5G 스마트폰용 AP를 적극 출시하고 있는 것도 점유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의 'A', 삼성전자 '엑시노스', 하이실리콘 '기린' 처럼 미디어텍도 브랜드를 갖고 있다. 보급형 라인업엔 '헬리오'란 이름을 붙인다. 미디어텍도 '프리미엄' AP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엔 '디멘시티'란 모델명을 쓴다. 5G AP인 '디멘시티1000'이 대표적이다.미디어텍은 대중화되고 있는 5G 스마트폰 시장을 '디멘시티'를 앞세워 적극 공략 중이다. 최근 샤오미, 오포, 비보, 리얼미 등 중국 업체들도 5G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들 스마트폰 업체들은 '프로', '플러스' 등이 붙은 프리미엄 제품엔 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쓰지만 일반 제품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AP를 채택하고 있다.
미디어텍의 실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3억달러로 작년 3분기(21억5400만달러) 대비 53.2%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퀄컴의 매출 증가율(37.6%)을 크게 앞선다.
'중국 고객사 확보해야하는데…' 고민 커진 삼성전자
미디어텍이 선전할수록 엑시노스를 개발·판매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고민은 커진다. 삼성전자가 눈여겨 보고 있는 시장과 미디어텍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 겹치기 때문이다. 매출을 늘려야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입장에서 샤오미, 오포, 비보는 포기할 수 없는 고객사다.삼성전자는 '비보'와의 거래에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엑시노스 980 AP를 비보 'X30' 스마트폰에 납품했다. 최근 공개한 '엑시노스 1080' AP는 오는 29일께 출시 예정인 비보의 5G 스마트폰 'X60'에 들어간다. 하지만 샤오미와 오포 관련해선 상황이 좀 다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월 기자와 만나 "내년엔 샤오미와 오포에도 엑시노스를 납품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납품 성사 관련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AP 개발 전략이 '외부 판매 확대' 대신 '자사 스마트폰용 고급 칩 개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엑시노스 외부 판매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외부 판매를 늘려 매출과 이익률을 높이려고하지만, "애플처럼 자사 스마트폰용 프리미엄 AP 개발에 주력해야한다"는 다른 목소리가 삼성전자 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애플은 'A14' 등의 AP를 개발해 TSMC 같은 파운드리업체에서 생산한 뒤 자사 스마트폰 '아이폰' 전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