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에서 주식 공개매수 규모가 20여 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회사의 상장을 폐지하거나 경쟁사를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A 자문사 레코프는 올 11월 말 기준 일본에서 이뤄진 주식 공개매수가 5조5149억엔(약 58조7000억원)으로 1991년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고 27일 밝혔다. 공개매수 한 건당 액수도 1173억엔으로 역대 최대였다.

공개매수는 상장회사의 주식을 주식시장 안팎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미리 정해진 가격과 기간에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상장폐지할 때 사용한다. 상장사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매입할 경우 공개매수를 의무화한 일본에선 기업 M&A 수단으로 많이 활용한다.

올해 일본에서 공개매수가 급증한 것은 자회사를 상장폐지하고 모회사만 상장사로 남기는 ‘모자 상장’ 해소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기업 M&A가 활발해진 것도 공개매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대적 공개매수와 이미 합의한 거래에 재차 공개매수를 실시해 회사를 낚아채는 대항 공개매수가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