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고교 서열화를 막고, 혁신학교를 정착시키려면 대입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논술형 자격고사가 돼야 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 교육을 앞당기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와 미래의 교육 방식 사이에 낀 현 세대로선 혁신학교 지정이나 자립형사립고 폐지 등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지만, 초·중등 교육의 혁신을 위해 대학부터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대학 간 공동입시제를 도입하거나 국립대의 공동학위제 등을 통해 대학 서열화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 서초구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취소 사태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혁신학교는 입시에 매몰된 교육 방식과 성적에 의한 차별 대신 학생들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선도학교라는 데 의미가 있다.”

▷혁신학교만으로 공교육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혁신학교를 폄하하거나 ‘좌파’ 교육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과거와 미래 교육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갈등이지, 진보·보수의 이념적 문제는 아니다. 자기주도 학습과 창의적·비판적 사고, 상호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게 미래 지향적인 선도 교육이다. 선행 학습으로 대입을 위한 지식의 양만을 늘리는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 고교서열화를 막고 혁신학교가 정착하기 위해선 대입 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과거형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논술형 자격고사가 돼야 한다.”

▷특목고 폐지도 지속되고 있는데.

“모든 학교를 ‘상향 평준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자사고나 외고 등 특목고는 상위 학생을 모아놓고 대입용 집중 교육을 함으로써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 자사고 등을 없애고, 같은 학교 안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다양한 학생이 한 학교에서 융합되고, 수준에 따라 학과목을 선택함으로써 수준별 수업이 가능해지면 자연스럽게 공교육의 질도 개선될 것이다.”

▷서울 지역 학군을 재설정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중학교 근거리 배정(집에서 가까운 학교 배정) 원칙은 고수할 것이다. 서울에선 여러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같은 지역인데도 학급당 학생 수가 15명인 곳이 있는가 하면 35명인 학교도 있다. 24년 전 설정된 학군은 도시 개발 이후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균등하게 (학생을) 배치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연구까지 참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등교 수업뿐 아니라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을 텐데.

“이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등교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특히 교사들은 비대면 방식의 맞춤형 교육을 확대해 최고의 교육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학기엔 원격 수업 시스템 구축에, 2학기엔 방역 시스템 아래 원격 수업의 질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서울교육청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원격 수업을 지원하고 모범 사례도 공유하고 있다. 내년에는 한 단계 높은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이 결합된 교육이 일선 학교에서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원격 수업에선 교사들의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학부모 불만이 높다.

“학부모 요청 사항을 반영해 일정 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도록 했는데,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교사 평가에 대해서도 쌍방향 원격 수업의 양적 비중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속도는 느리지만 원격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어 학부모들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교원 성과·상여금 균등 분배를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원은 다른 직종과 달리 이타적 헌신성이 강조되는 직업군으로, 성과나 상여금으로 교육공동체가 균열될 수 있어서 제안했다. 교육부나 행정안전부가 당장 바꾸지는 않겠지만 현재 차등 비율을 50%에서 25%로 낮추는 방향으로 제안한 것이다.”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내년에도 기초 학력을 보장하고, 교육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펴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학부모의 경제력 격차가 학생의 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현상은 코로나19로 가속화하고 있다. AI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으로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교원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주고 질 높은 교육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는데.

“그것이 ‘뺄셈 교육 행정’이다. 예를 들면 각종 행정문서 작업 등은 폐기하고 공모 사업도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그동안 공모 사업을 따기 위한 서류 작업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일정 범위 내에서 목적사업비를 분배하고 학교별로 알아서 사용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할 생각이다.”

▷내년부터 중·고교 입학생에게 지급하는 현금 30만원은 어디에 사용할 수 있나.

“올해 복지 사업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이 바로 ‘입학준비금’ 도입이다. 그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파편적인 복지 사업을 제공했는데, 입학준비금은 지원받는 사람의 선택에 초점을 뒀다. 교복, 태블릿PC 등 신학기 준비를 위한 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안상미/배태웅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