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 대아티아이 회장이 경기 부천 사옥에 있는 전시실에서 철도제어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최진우 대아티아이 회장이 경기 부천 사옥에 있는 전시실에서 철도제어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철도신호제어시스템은 열차의 운행 가능 여부를 기관사에게 알리기 위한 신호 체계다. 지상에서 취득한 열차의 위치 정보를 전달해 열차 간격을 조절하고 장애물을 감지해 열차 사고를 막는다.

정부는 노선별로 신호 체계가 서로 다른 국내 철도신호제어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일원화하는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2)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체 기술력으로 철도신호제어시스템의 통합 솔루션을 구축한 대아티아이는 이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차세대 한국형 신호제어시스템 선도

KTCS-2 사업은 총 길이 4800㎞에 달하는 일반철도 및 고속철도의 신호제어시스템을 유럽의 ETCS-2 규격에 맞게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노선별로 신호 체계가 달라 경제성 및 안전성이 떨어지는 기존 철도 신호 체계를 4세대 무선철도통신망(LTE-R) 기반의 KTCS-2 표준신호체계로 개선한다. 유지·보수 비용이 높은 기존 외국산 기술과 제품을 국산화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2032년까지 총 사업비 2조2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대아티아이는 KTCS-2 사업의 첫 번째 상업 운행선인 전라선의 익산역~여수EXPO역 구간 3개 공구를 맡았다. 지난 5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KTCS-2 시범 사업의 첫 번째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KTCS-2 사업에 뛰어들었다.

철도신호제어시스템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망인 만큼 시스템 구축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대아티아이는 2011년 유럽 외 국가에선 최초로 국제 안전무결성 최고 등급인 SlL-4를 획득했다. 이어 2016년 열차신호제어시스템의 중앙처리장치(CPU) 국산화 및 SIL-4 인증에 성공하는 등 유럽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아티아이는 지난달 코레일이 발주한 한국형 도시철도신호시스템(KTCS-M) 일산선 시범사업 1공구 지상 및 차상 사업 수주에도 성공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전국 모든 도시철도 노선으로 KTCS-M을 확대할 방침이다.

철도산업 기술 국산화에 매진

최진우 대아티아이 회장은 1995년 회사 창립 초기부터 철도신호제어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기간산업인 철도산업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게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아티아이는 2010년부터 매년 매출의 7%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철도신호제어기술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속철도(KTX)·수서고속철도(SRT) 관제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자동방호시스템(ATP), 전자연동장치(EI), 자동열차검지장치 등 철도신호제어시스템의 주요 부문을 단계적으로 국산화했다. 최 회장은 “기술·제품 국산화를 통해 대아티아이가 창출한 수입대체효과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올 3분기 이 회사의 수주 잔액은 사상 최고인 2400억원을 돌파했다.

최 회장은 “유럽에선 고밀도·고속운전 구현을 위해 이미 자율주행 열차시스템을 시험 운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10년간 자율주행 열차시스템의 국내 도입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