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얼굴)이 연말을 맞아 정국 해법에 골몰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2개월 정직 징계안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당초 예상했던 정국 구상의 밑그림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임명,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개각과 관련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에 대한 정직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법원이 인용한 이튿날 신속하게 입장문을 내놓은 것도 향후 사태 수습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총장 거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끝난 만큼 법무부·검찰의 조직 안정과 검찰개혁을 동시에 모색하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8일 후보 압축이 예정된 공수처장의 지명시기를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연내에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2명의 후보가 최종 추천되면 최대한 인사검증을 서둘러 해를 넘기지 않고 지명해 공수처 출범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거취도 이번 주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장관에 대한 ‘원포인트 개각’ 또는 교체수요가 있는 일부 장관들과 동시 교체하는 방안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1월 말 예정된 검찰 인사까지 추 장관이 마무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신임 장관에게 인사를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 법무부 장관부터 교체할 경우 법무 업무와 검찰인사를 파악하고 있는 인사들 중 발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추 장관 재신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여 일 만에 39만 명에 달하는 등 핵심 지지층이 여전히 추 장관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점은 고민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진 개편을 통한 인적쇄신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선 청와대 비서실장과 일부 핵심 참모진 교체로 쇄신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청와대 안에선 ‘선 개각, 후 참모진 개편’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만큼 이번 한 주는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숙고하고 결단을 내리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의 움직임과 별도로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 직무복귀 이후 ‘검찰개혁 시즌2’를 내걸고 사실상 검찰을 정조준하고 있다. 여당은 28일 권력기관개혁TF를 검찰개혁특위로 전환하고 검찰개혁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