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중요…사회·경제·일상 모든 면에서 친환경 실천 필요
온실가스 비슷한 추세로 배출하면 극한 기후현상 1년에 한번씩 발생
[파리협정 그후 5년] ⑦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우리 미래 바꾼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닌 사회 및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명의 위기인 만큼 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극명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2℃ 이상 상승할 경우 폭염·한파 등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2℃, 더 나아가 1.5℃ 이내로 온도 상승을 제한해야 인류 및 생태계 위험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해 1.5℃ 목표를 이룰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해 4℃ 이상 지구 온도가 상승할지에 따라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질 예정이다.

2050 탄소중립 성공 여부에 따라 예상되는 21세기 말 미래의 상황을 그려봤다.

◇ 2050 탄소중립 달성…사회 전 분야서 친환경 실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한 덕분에 21세기 말인 현재 인류는 약간은 덥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던 석탄발전소는 이미 역사 속 유물이 돼버렸다.

우리나라 석탄발전소는 2024년 삼척에 마지막으로 지어졌고, 2054년 모두 폐쇄될 예정이었으나, 그렇게 해서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2050년 이전에 모두 조기 폐쇄됐다.

그 사이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7%에서 80%까지 늘었다.

재생에너지 분야는 대규모 투자와 연구가 진행된 덕분에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이미 2030년부터 화석연료 대비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그 결과 환경비용이 100% 반영되면서 2020년 월 5만원에서 2030년 월 7만5천원까지 늘었던 전기요금도 감소세를 보인 지 오래다.

늘어난 전기요금은 가정에서 고효율 가전 기기를 자발적으로 도입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이제는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모든 가전 기기가 고효율로만 생산된다.

우리나라와 몽골·러시아·중국·일본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완성된 덕분에 각 나라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효율도 좋아졌다.

내연기관 차는 이미 2035년부터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에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만 다닌다.

하이브리드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완전 자율주행차와 비행이 가능한 플라잉카는 수십 년 전에 상용화됐고, 수소열차와 아음속(亞音速) 캡슐열차가 도시를 오간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발 빠르게 탄소 저감 기술을 도입한 업종은 고도로 발달한 반면, 대응을 소홀히 한 업종은 경쟁력을 잃고 사라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대 도입된 유럽과 미국의 탄소국경세가 업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됐다.

기후환경 리스크가 금융 감독 및 투자에도 주요 고려 대상이 돼 친환경적인 기업일수록 더 많은 특혜와 투자를 받는다.

공장은 모두 정보통신기술(ICT)을 생산 과정에 접목한 스마트공장으로 바뀌었고, 플라스틱·강철 대신 혁신 소재가 상용화된 동시에 원료 재사용 및 재활용이 필수 공정으로 자리매김했다,
건물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자동으로 조명·냉난방·가스 등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관리한다.

가정에서도 변화한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가스는 더는 활용되지 않고 에너지는 모두 전기에서 나온다.

태양광 패널은 집마다 깔려 있고, LED 전구가 집을 밝힌다.

학교에서는 기후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어릴 적부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배운 덕분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감과 순환경제를 실천한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한 덕분에 한때 한반도를 덮쳤던 미세먼지도 건강에 영향이 없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파리협정 그후 5년] ⑦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우리 미래 바꾼다
◇ 온실가스 비슷한 추세로 배출…극한 기후현상 1년에 한 번씩 발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고 21세기 초와 비슷한 추세로 배출한 결과(RCP 8.5) 지구의 온도는 21세기 말인 현재 21세기 초보다 4.7℃ 상승했다.

폭우와 폭설 빈도 또한 늘어 강수량이 13.1% 증가했고, 재해 중 인명과 재산에 가장 큰 피해를 안기는 홍수 또한 더 많이, 더 대규모로 발생한다.

강수량이 늘면서 전반적인 가뭄 발생 횟수와 지속 기간은 감소했지만, 가뭄 강도는 증가해 가물 때 극심한 양상을 보인다.

폭염 일수는 2020년 10.1일이었으나, 지금은 한 달 이상인 35.5일 무더위가 한반도를 덮친다.

2011년 인구 10만 명 당 100.6명이었던 폭염 사망률은 이미 2040년에 그 두 배 이상인 230.4명으로 증가했다.

과거 100년에 한 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폭우와 폭염 등 극한 기후현상은 2050년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증가한 재해는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피해까지 가중시킨다.

기온 상승으로 우리나라 산림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소나무 숲은 이미 2080년대에 15%나 사라졌다.

이는 단순히 소나무 원목의 가치로만 평가해도 최대 3조6천441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다.

벼의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했고, 사과는 더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모기와 진드기 등 해충이 전국적으로 확산해 말라리아 같은 동물 매개 감염병과 식중독 등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또한 창궐했다.

우리나라의 온도가 섭씨 1℃ 상승할 경우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말라리아, 장염 비브리오, 세균성 이질의 평균 발생은 4.27% 증가한다.

특히 2090년대에 들어 식중독이 연평균 337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2002∼2012년보다 42%나 늘어난 수준이다.

오존·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의 확산으로 심혈관·호흡기 질환 가능성 또한 증가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평균 수온은 6℃까지 상승했다.

전 지구 평균 수온 상승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평균 해수면 또한 65.0㎝나 높아졌다.

이상기후가 빈번히 발생해 김 등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유해 생물인 노무라입깃해파리와 적조 현상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 만연하게 나타난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태풍과 홍수, 폭염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이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고 해도 생태계를 다시 원 상태로 복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재앙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IPCC는 21세기 초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4.7℃가 아닌 2℃만 올라도 이러한 재앙이 대부분 현실이 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세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2℃ 목표를 달성하기는 역부족이었고 다른 국가들의 정책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이번 기사는 환경부의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부문별 비전과 과제' 및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공청회' 발표안,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 정책 제안', 환경부·기상청이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