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납기 1년 지연' 지켜본 선사들
"고부가 선박은 역시 한국"
연말에만 12.5조원어치 계약
하지만 국내 조선 ‘빅3’는 지난 11월 이후 몰아치기 수주로 반전에 성공했다.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뿐 아니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중국과 일본을 제쳤다.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아직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분석이다.
현대重, 수주 목표 91% 달성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 달성률은 각각 91%, 75%, 65%로 집계됐다. 작년 82%, 82%, 91%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10월 올해 수주 목표를 157억달러에서 110억달러로 조정했지만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한 달 새 44억달러(약 4조9000억원)어치를 수주하며 올해 수주 목표 달성률을 15%에서 65%로 끌어올리는 뒷심을 발휘했다.
조선 3사의 저력은 수주 내용에서 드러난다. LNG선, VLCC 등 고부가가치 선종이 이끌었다. 글로벌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 발주된 LNG선은 총 63척이다. 이 중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21척, 19척, 6척을 수주해 국내 조선 3사가 73%를 차지했다. 중국은 5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일본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LNG선은 척당 가격이 1억8600만달러(약 2050억원)에 이르는 고가 선박이다. 수익성은 높지만 높은 건조 기술력이 필요해 국내 조선업계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된다.
올해 프랑스 CMA CGM이 중국에 발주한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가 1년 넘게 지연된 사건은 중국산 LNG선에 대한 글로벌 선주사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렸다. 2018년에는 중국 후둥중화가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가 엔진 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물량을 선물로 계약하는 LNG 거래의 특성상 선주들은 선박의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며 “한국에 LNG선 수주가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VLCC도 ‘효자’ 선종으로 떠올랐다. VLCC는 척당 가격이 8500만달러(약 930억원)로 LNG선과 함께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분류된다. 올해 세계에서 총 42척의 VLCC가 발주된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27척, 7척을 수주했다. 한국의 점유율은 81%에 달했다. 중국은 5척, 일본은 1척을 수주했다.
올해부터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로 벙커C유 대신 국내 업체가 강점을 갖고 있는 LNG 추진 엔진을 탑재한 VLCC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운항 중인 VLCC의 약 20%가 15년이 넘은 노후 선박이라 교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유럽지역 선주와 LNG 이중연료 추진 VLCC 10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해 1조원 규모의 수주를 예고했다.
컨테이너선 발주도 쏟아진다
컨테이너선 시장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9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해운 호황으로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속속 재개되고 있다. 올해 1만2000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 이상 컨테이너선은 한국이 18척을 수주해 중국(14척)에 앞섰다. 중소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사실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해운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발주를 늘리고 있어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해운사 캐피털프로덕트파트너스와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발주 규모는 각 사당 확정 물량 5척에 옵션 물량 5척을 포함해 10척씩이다. 1만3000TEU 컨테이너선은 척당 약 1000억원으로 양사 모두 1조원어치의 계약을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약 100척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에만 의존했던 작년과 달리 컨테이너선, 유조선 발주도 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