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저격글에 '배은망덕한 XX' 맞댓글…대법 "모욕죄 아냐"
자신을 비방하는 온라인 게시글에 욕설 섞인 댓글로 맞대응했다고 하더라도, 모욕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B씨의 페이스북에 ‘싸가지 없는 XX’ ‘배은망덕한 XX’ ‘너같은 XX가 감히’ 등 표현이 담긴 댓글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해당 댓글을 작성하게 된 경위에 주목했다. 2018년 11월 SNS에 C라는 아이디로 B씨를 비방하는 게시글이 올라온 것이 계기였다. B씨는 “A씨가 정정당당하지 못하게 C라는 아이디로 비방 댓글을 달고 있다”며 소위 A씨에 대한 ‘저격글’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쥐XX 같은 비열함’ 등 경멸적 표현도 사용했다. B씨는 A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하기고도 했다. 이 고소 사건은 추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실을 알게된 A씨는 C 아이디로 댓글을 작성한게 본인이 아니라며,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동시에 사과를 요구하는 취지의 해명 및 항의성 댓글을 수차례 달았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배은망덕한 XX’ 등 표현이 사용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진위 파악 없이 B씨를 C 아이디로 작성된 비방댓글의 실제 작성자로 몰아간 A씨의 태도에 불만이나 화나는 감정을 표출하고, 그에 대한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며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긴 하지만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