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진연 페이스북
28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진연 페이스북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좌파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미군기지 앞에서 미국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이 내정간섭을 한다”고 비판하며 미군 기지 내로 전단(삐라) 살포를 시도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대진연은 28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문제? 미국의 망언, 표현의 행동전’을 진행하고 “미국이 자유를 침해한다느니, 인권이 어떻다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감소시키고 평화를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대진연은 북한에 전단 살포를 시도만 해도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옹호하면서 동시에 미군기지 내부로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경찰이 기지 내부로 전단을 살포하려는 회원들을 막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자유 운운하며 보장해야 한다더니 ‘코로나 부대 주한미군 철수하라’는 우리 전단은 왜 막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와 하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북한 인권 증진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를 희생시켜가며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북한 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와 다른 국가의 동반자 단체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대진연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잇단 대북전단금지법 비판에 대해 “도 넘는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내로남불, 후안무치 웃기지도 않다. 되도 않는 자유 타령을 집어 치우라”며 “우리나라의 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진연은 지난해 10월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난입해 반미(反美) 시위를 벌인 단체다. 2018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것이 예의”라며 다른 좌파 단체들과 함께 ‘백두칭송위원회’ 설립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은 미국을 넘어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의 외교·통상 총괄 부처인 글로벌사안부가 23일(현지시간) 외신에 “의사 표현의 자유가 번영하는 사회의 주춧돌이라 믿는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고, 벨기에 인권단체 ‘국경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레 대표는 “항의 서한을 찰스 미셸 EU 상임의장와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게 한국 정부에 항의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