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산운용사 파밀러앤드워싱턴의 마이클 파 대표는 27일(현지시간) CNBC 기고문에서 “테슬라의 주가가 무식하게 비싸다”며 “투자자들에게 너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파 대표는 테슬라의 내년 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68배로 S&P500 평균(22.3배)보다 훨씬 높다고 했다.

테슬라가 앞으로 3~4년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4년 전망치 기준 PER도 77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파 대표는 “주가매출비율(PSR)만 보더라도 S&P500 평균은 2.7배에 불과하지만 테슬라는 13배에 달한다”며 “도박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에 가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하비 웰스파고증권 주식전략 책임자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온라인 서비스 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983년 설립된 AOL은 한때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정보기술(IT)업계의 제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닷컴버블 붕괴와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2015년 미국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즌에 44억달러에 인수됐다. 하비 책임자는 “테슬라를 보면 1998년이 떠오른다”며 “그해 AOL도 테슬라처럼 주가가 급등했고 S&P500지수에 편입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로 AOL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하비 책임자는 “AOL뿐 아니라 1999년 이후 시총이 50% 이상 급감한 기업이 부지기수”라며 “올해에는 그때보다 모든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700% 가까이 급등했다. 이미 기록적인 성장을 거뒀기 때문에 추가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