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이제라도 전문가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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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惡, 정부는 善이라는 오만
톱다운식 정책 일방통행 버리고
디테일에 강한 전문가 기용해야
정종태 편집국 부국장
톱다운식 정책 일방통행 버리고
디테일에 강한 전문가 기용해야
정종태 편집국 부국장
![[이슈 프리즘] 이제라도 전문가를 써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07.21312013.1.jpg)
‘상상할 수 없는 부동산 정책’… 대충 짐작이 가긴 한다. 헨리 조지를 다시 꺼낸 걸로 봐선, 토지공개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토지에서 생겨나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므로 지대에 100% 과세해 전부 환수하자는 게 헨리 조지의 주장이다. 유씨 역시 “헨리 조지가 제안한 토지 단일세의 취지를 우리나라의 조건에 맞게 실행할 방안을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세금 수준으론 부족하니,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증세를 하자는 걸로 들린다.
물론 집 거래가 과도한 부(富)로 연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만큼 박탈감에 빠지는 사람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4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오히려 집값이 폭등한 데는 시장 논리를 거스르려 한 정부 탓이 크다. 그럼에도 아직도 찍어누르기 강도가 약해서라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새해는 이런 오만과 아집이 사라지고 상식과 보편이 통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나 공정경제 같은 정책기조의 전환을 바라진 않겠다. 어차피 임기 마지막 날까지 포기할 정부가 아니므로…. 다만 ‘시장은 탐욕스럽고 정부는 선량하며 전지전능하다’는 오류만큼은 바로잡혔으면 좋겠다. 부동산 폭등, 고용 악화, 소득격차 확대 등 시장의 각종 비효율은 시장 기능 자체의 실패 때문이라기보다는 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과도한 시장개입에 따른 역효과, 즉 정부 실패 탓이 크다.
정책 결정 과정의 비정상도 정상으로 돌려놨으면 한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해 정책이 뒤틀리는 행태, 대통령의 한마디에 뚝딱 정책이 만들어지고,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도 생략된 채 일방 추진되는 행태…. “내가 하는 건 다 옳다”는 자만은 이제 그만 버릴 때도 됐다.
사족을 하나 더 달자면, 임기 후반기에는 조급증을 버리고 정책의 디테일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그러려면 인사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정권 초반이야 정책 방향을 정해 밀어붙여야 하니, 철학과 이념으로 무장된 인사를 기용하는 게 맞다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 집권 후반기엔 정책에 디테일을 입힐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실정과 백신 파동, 윤석열·추미애 갈등 등으로 악화된 민심에 쫓겨 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조급증에 빠져 실무형이 아닌 이념형 인사를 또 기용한다면 1년 남짓 남은 이 정부에 거는 마지막 기대도 접는 편이 낫겠다.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