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점유율은 올해 매출 기준으로 95%를 웃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기준으로 99%에 이른다고 봤다. 공정위가 독점에 따른 폐해를 우려해 합병을 막는 기준인 50% 선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배민 사업자인 우아한형제들과 스타트업 업계에서 합병 승인을 기대했던 것은 배달앱 시장이 5년에 두 배씩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어서다.
공정위와 딜리버리히어로(DH·요기요 사업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음식 배달의 23%만 배달앱을 통해서 이뤄지고 그중 절반은 전화 주문과 혼용된다. 77%에 이르는 배달 수요자를 대상으로 신규 사업자가 언제든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9년 이 같은 시장 성장성을 인정해 온라인쇼핑몰 시장 1·2위 사업자이던 지마켓과 이베이의 합병을 승인했다. 당시 두 회사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90%였다.

DH는 특히 쿠팡이츠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론하며 요기요 매각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최근 쿠팡이츠의 앱 다운로드 수가 배민의 두 배, 요기요의 세 배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DH 측은 “사용자 데이터 확보량에서 우아한형제들을 압도하는 네이버, 쿠팡의 존재를 감안하면 현재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합병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배민과 DH를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시장 점유율 1%를 달성한 사업자가 없어 시장이 고착화돼 있다고 보고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쿠팡이츠에 대해서는 “아직 전국적인 사업자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했다.

스타트업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정위 결정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글로벌 진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