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모더나와 코로나 백신 2000만 명분 공급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 CEO와 직접 통화해 공급물량을 당초 계획의 두 배로 늘렸고 도입시기도 내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신 확보에 뒤처진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청와대가 나서 대통령이 직접 백신을 챙겼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불확실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는 “아스트라제네카(1000만 명분), 얀센(600만 명분), 화이자(1000만 명분) 등 기존 계약에 더해 모더나와의 계약이 이뤄지면 총 5600만 명분의 백신을 연내에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발표는 곱씹어 들을 필요가 있다.

모더나와는 아직 계약 체결 전인 데다 이 백신은 28일 간격으로 두 번 맞아야 해 ‘2000만 명분’이라는 숫자도, ‘총 5600만 명분 확보’라는 표현도 다소 모호하다. ‘연내 확보’는 계약을 끝내겠다는 것이지 백신이 연내 들어온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국민이 지금 바라는 것은 정확한 백신 정보다. 어떤 백신을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맞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백신과 관련, ‘추진’ ‘노력’ 등 불명확한 표현으로 일관하다 이제는 청와대의 치적을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안전성을 내세우며 백신 확보가 시급하지 않은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서두르는 모양새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백신 전문가도 아닌 대통령 비서실장은 “집단면역 형성 시점이 외국과 비슷하거나 더 빠를 것”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정작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은 1분기부터 들어오는 것으로 예정돼 있지만 불확실성이 상당수 있다”며 “내년 3분기 집단면역 형성이 목표”라는 유보적 입장이다.

정부가 뒤늦게 백신 확보에 허둥대는 사이에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가 상륙했고 구치소에선 700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방역에서도 백신에서도 뻥뻥 뚫리면서 국민은 불안해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과나 해명 대신 변명과 자화자찬에만 열중하는 듯하다. ‘K방역’ 운운하며 희망고문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