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이 국가를 상대로 단체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영업중단조치를 내렸지만 손실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어 단체 소송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필라테스 등 업주, 7억원대 손배 소송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은 3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총 7억6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피트니스, 필라테스, 스포츠센터 등의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153명의 업주가 참여했다.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실내체육시설을 집합금지 업종에 포함시켰다.

연맹 측은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구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대처하는 정부 조치의 미흡함과 합리적인 방역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가 일반관리시설에 대해선 저녁 9시 이후 영업 제한을 하겠다고 했으나, 실내체육시설의 경우 일반관리시설로 분류됐음에도 전면적인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며 “이는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박주형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대표는 “올해 세 차례나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지면서 예년 대비 매출이 30%도 안 나오는 등 사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다”며 “3차 재난지원금 발표가 있었지만 월세가 100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이 돈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업주가 많아 추가 소송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학원 원장도, 임용고시생도 “피해 보상”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접촉자 격리시설의 설치·운영, 폐쇄·업무정지 등으로 인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업종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아 폐업 등의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는 구제하지 못한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의 법률대리인 송경재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감염병예방법에는 예방적 조치를 위한 집합금지로 영업을 중단한 사업장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이 없다”며 “불완전, 미흡한 입법으로 인해 헌법에 위반되는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학원들은 이미 단체 소송에 나섰다. 수도권 학원 원장 187명은 지난 14일 학원에 집합금지를 취한 것에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학원 역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영업이 중단됐다. 이들은 31일에도 2차 소송을 낼 계획이다. 수도권 학원 원장들이 모인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의 이상무 대표는 “2차 소송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량진 학원가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확진돼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들도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재시험 기회를 부여받고자 했지만, 교육부가 원칙적으로 재시험 기회 보장은 불가하다고 선을 긋고 있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용고시 및 국가시험 관련 코로나 확진자 응시 불가 조항을 재검토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