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공소권도 축소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청을 없애고 그 대신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 갖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중립성 보장장치도 제거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일방 통과시킨 데 이어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일거에 뒤엎겠다는 발상이다. 선거에서 이겨 다수당이 되면 뭐든지 해도 된다는 게 민주주의인 줄 아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1월 말 방안 마련, 2월 법안 제출’이라는 구체적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당초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려던 민주당이 이렇게 고삐를 바짝 죄는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무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호중 특위위원장은 “검찰의 구습이 변화하지 않고 있어 앞당기게 됐다”고 했지만 이는 자가당착이다.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새해부터 시행된다. 자신들이 만든 조정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권마저 빼앗겠다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분풀이 법안’이란 인상이 짙다.

이런 일방적 검찰 무력화는 ‘견제와 균형’이란 사법제도 근간까지 흔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출범을 앞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까지 가졌다. 검·경에 대해 수사이첩 요청권도 있다. 공수처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지적에 여당은 “검찰의 수사로 가능하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권을 제거하면 아무 견제 없는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된다. 권력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겠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어제 지명된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꿋꿋하게 지킬 배짱이 없다면 맡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에 친문 핵심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그는 윤 총장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법원행정처장에게 “살려주십시오 해 보라”고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법의 정치화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