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 증시가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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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인 24일과 전날은 28일은 소폭 올랐습니다. 하지만 29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장 초반 오름세로 출발했지만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소폭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다우와 S&P 500 지수가 각각 0.22% 내렸고, 나스닥은 0.38% 하락했습니다.
미 하원이 현금지급액을 1인당 600달러에서 2000 달러로 증액하는 법안을 가결했지만,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신속 처리를 거부했습니다.
부양책과 백신, 브렉시트 협상 타결 등 호재가 대부분 노출됐고, 투자자들은 연말을 맞아 약간 지쳐가는 모습입니다. 주식신용대출(Margin debt)가 지난 11월말까지 7221억 달러로 사상 최대로 치솟은 게 하나의 증거로 제시됩니다. 지난 3월말 저점 이후 67% 증가했는데, 8개월간 50% 넘게 늘어난 적은 2000년 3월과 2007년 6월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각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둔 때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신용대출 급증은 추가 상승 신호일 수도 있고, 하락 신호일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유 없는 조정론도 나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수석전략가는 최근 "별다른 이유 없이도 상승장 추세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이유로 대량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뉴욕 증시가 향후 몇 달 안에 최소 10% 이상 조정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CNBC의 마이크 산톨리 분석가가 대변해주는 '미스터리 브로커'도 전날 "닷컴버블 같은 기술주 버블은 15~20년 간격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기술주 버블이 있으며 거의 정점에 왔다. 1월에는 짧지만 날카로운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스펙(SPAC)이나 기업공개(IPO) 붐, 테슬라와 니콜라, 니오 등 전기차 주식 폭등 등이 그 증거라는 겁니다.
물론 미국의 재정 부양책과 브렉시트가 타결됐고 백신 보급도 점차 이뤄지면서 경제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코로나 감염자는 현재 200만 명에 육박하기 때문에 백신 보급과 함께 집단면역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것이란 관측(골드만삭스)도 나옵니다. 경제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미 중앙은행(Fed)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 관계자는 "주가 수익률로 봐선 그리 재미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내년 경제 정상화 기대는 이미 상당부분 현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는 겁니다. 올해 이미 나스닥은 40%가 넘게 올랐고 S&P 500도 15% 이상 상승했습니다.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는 23배가 넘습니다.
그는 특히 "내년 2분기엔 경제 회복 가속화가 나타나면서 증시가 빛을 발할 수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따져봐야 할 위험요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내년 증시 수익률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올라가는 물가, 그리고 금리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연 2%에 육박했습니다. 10년물 기준 미 국채와 물가연동채(TIPS)의 수익률(금리) 차이가 1.992%까지 치솟은 겁니다. 백신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 기대와 부양책 통과 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진 겁니다. 연 2%는 Fed가 목표하고 있는 인플레 수치지요.
또 이날 발표된 10월 전미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로 8.4% 올라서 2014년 3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정말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발생한다면 증시는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주가수익비율(P/E)은 알다시피 높은 편이지만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사적 수준보다 낮은 데 머물러 있는 세계에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만약 물가가 치솟고 금리가 높아진다면 높은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란 뜻도 됩니다.
월가 금융사들은 내년 10년물 금리가 대략 1~1.6%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시장이 예상하는 1.6%를 넘는다면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② 테이퍼링의 시작
내년 봄 경제가 회복되면서 보복적 소비가 급증하면 물가가 갑자기 치솟을 수 있습니다. 야누스핸더슨의 존 파툴로 채권전략 공동총괄은 최근 "코로나 대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가 내년 봄~여름께 걷히면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는 억눌린 소비가 터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장기적, 구조적 인플레 요인과는 구별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일시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는 Fed 멤버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정상화가 가속화되면 하반기로 가면서 테이퍼링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뉴욕연방은행에서 최근 실시한 국채시장 프라이머리딜러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은 Fed가 내년 하반기에 채권 매입액을 축소할 것(중간값)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약 4분의 1은 내년 상반기에 그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10년간 상승하는 과정에서 크게 흔들린 적이 두세 번 있습니다. 그 중 한 번은 2013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이 테이퍼링 의사를 밝혔을 때, 그리고 2018년 말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계속 고집할 때였습니다.
이번에는 테이퍼링 때 충격은 덜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도 최근 "테이퍼링을 할 경우 상당기간 전에 미리 가이던스를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상승장이 엄청난 유동성에 힘입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테이퍼링이 큰 충격은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추가 상승세는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③ 2022년 경제 성장률 하락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 부양책에 서명을 한 뒤 내년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연 3%에서 연 5%로 높였습니다. 2분기는 8.5%까지 치솟지만 3분기는 5%, 4분기는 4%로 낮아집니다.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점차 경제성장률은 정상화되는 겁니다. JP모간의 예상도 마찬가지입니다. JP모간은 내년 성장률은 3.8%에 달할 것으로 보지만 2022년에는 2.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 바이든 당선자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는 연방 최저임금 인상, 셰일산업과 금융산업 등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고, 증세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경제가 정상화되는 이런 공약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성장을 제약할 수 있습니다.
④ 2022년 기업 세부담 증가
월가는 기업들의 이익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난다면 높은 밸류에이션도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있습니다. 증세가 이뤄지지 않아도 지난 2017년 말 통과된 트럼프 세제개혁(TCJA)에서 규정된 데로 2022년부터 법인세를 계산할 때 이자비용 공제가 줄어듭니다. 현재는 이자비용 공제를 순이익 한도의 30% 내에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이게 점차 사라집니다.
당시 도입된 투자세액공제는 5년이 지나 일몰됩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은 구입한 자산의 100%를 전부 한꺼번에 구입한 해에 비용 처리를 할 수 있게 해줬지만 이것도 단계적으로 폐지됩니다.
또 연구개발비용은 자산으로 처리하지 않고 비용으로 한꺼번에 경비 처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5년 이상 나누어서 비용처리를 해야만 합니다. 연구개발비용을 상각하지 않고 돈을 지출한 해에 모두 비용으로 처리해주던 혜택을 없애는 겁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혜택들이 민주 공화당의 합의로 연장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법인세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인상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⑤ 연방정부 부채상한선 다툼 본격화
미국은 부채상한선을 갖고 있습니다. 의회가 정합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은 부채한도 설정을 연기했습니다. 양당이 지리하게 싸우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등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 여름에는 피할 수 없습니다. 2022년 예산안을 논의하는 8월부터는 부채상한선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정치도박사이트인 프리딧트잇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은 최소 1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은 70%에 달합니다. 이럴 경우 의회 분점이 이어지고 재정건전성을 원하는 공화당과 더 많은 지출을 원하는 민주당 간의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지난해 재정 적자가 3조1000억 달러까지 늘어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인프라딜, 그린뉴딜 등 각종 재정 지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 부채상한을 둘러싼 워싱턴 정계의 분열, 그리고 반복된 연방정부 셧다운 등은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미국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했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는 재정 긴축을 부를 수 있고, 향후 경제 성장 기대치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