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탄소관세로 '무역장벽'…탄소 못 줄이면 수출도 막힌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더 빨라진 ESG 시계 (3) 제도화되는 ESG
세계 각국 ESG 강화…기업들 비상
탄소 많이 배출하는 국가·기업에 추가 관세
탄소중립 선언에 기업들 탄소배출권 부담
美, 상장기업 여성이사 없으면 나스닥 퇴출
세계 각국 ESG 강화…기업들 비상
탄소 많이 배출하는 국가·기업에 추가 관세
탄소중립 선언에 기업들 탄소배출권 부담
美, 상장기업 여성이사 없으면 나스닥 퇴출
코스피 상장사인 A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제조업체지만 유럽 협력사들로부터 줄줄이 거래종료 통보를 받았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에 따른 후폭풍이다. EU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 및 기업의 상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면서 A사의 반도체 가격이 비싸졌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빠져나가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국내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처음으로 공시했는데 이 실적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위원회가 “2030년부터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A사의 사례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셈이다. 금융위는 또 환경부와 함께 올 6월까지 한국형 녹색금융 분류체계(K-Taxonomy)를 마련해 투자자들이 해당 금융상품이 녹색투자 대상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기업들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어서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5위다. 산업 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6%를 차지한다. 이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탄소조정세를 공약하는 등 각국이 ‘탄소무역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힌다는 의미다. 급기야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기업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다른 업체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배출권 구매비용은 회계상 탄소배출부채로 잡힌다. 2019년 국내 기업 중 배출부채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현대제철로 1143억원에 달했다.
온실가스뿐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작년 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녹색채권 발행자가 공개해야 할 환경개선 효과 지표를 제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전력 생산량, 용수 사용량 등으로 친환경 설비투자를 하지 않으면 채권 발행조차 쉽지 않게 된다.
한국 역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이사 중 1명 이상을 다른 성별로 선임하도록 하는, 사실상의 ‘여성이사쿼터제’가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 법률 개정도 이미 마쳤다. 금융위는 2022년 자산 1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기업지배구조(G) 공시를 의무화하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넓혀 2026년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G공시 의무 대상에 포함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이 ESG 투자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변수다.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를 현재 기금 전체 자산의 4~5%에서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G 경영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빠지게 된다는 의미다.
구은서/선한결/오형주 기자 koo@hankyung.com
환경 관련 공시 단계적으로 의무화
A사 이야기는 ESG 관련 국제규범이 강화됐을 때 기업이 맞닥뜨릴 상황을 보여주는 가상의 사례다. 하지만 머지않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1월 영국은 모든 상장기업에 향후 5년 내 기후변화가 사업에 미칠 재정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EU는 2023년을 목표로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14일 금융위원회가 “2030년부터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A사의 사례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셈이다. 금융위는 또 환경부와 함께 올 6월까지 한국형 녹색금융 분류체계(K-Taxonomy)를 마련해 투자자들이 해당 금융상품이 녹색투자 대상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기업들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어서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5위다. 산업 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6%를 차지한다. 이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탄소조정세를 공약하는 등 각국이 ‘탄소무역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힌다는 의미다. 급기야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발등의 불’ 된 ESG
탄소중립 선언으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표적인 게 탄소배출권거래제 강화 움직임이다. 지난달 7일 정부는 탄소중립 실천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 가격 시그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탄소 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하면 배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각 기업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다른 업체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배출권 구매비용은 회계상 탄소배출부채로 잡힌다. 2019년 국내 기업 중 배출부채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현대제철로 1143억원에 달했다.
온실가스뿐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작년 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녹색채권 발행자가 공개해야 할 환경개선 효과 지표를 제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전력 생산량, 용수 사용량 등으로 친환경 설비투자를 하지 않으면 채권 발행조차 쉽지 않게 된다.
“여성·소수인종 이사 없으면 나스닥 퇴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하는 제도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지난달 1일 새로운 상장기업 가이드라인을 마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아 시행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상장기업 이사회가 최소 두 명의 이사를 여성, 성소수자, 소수 인종 등 계층에서 선임하도록 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나스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한국 역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이사 중 1명 이상을 다른 성별로 선임하도록 하는, 사실상의 ‘여성이사쿼터제’가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 법률 개정도 이미 마쳤다. 금융위는 2022년 자산 1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기업지배구조(G) 공시를 의무화하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넓혀 2026년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G공시 의무 대상에 포함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이 ESG 투자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변수다.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를 현재 기금 전체 자산의 4~5%에서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G 경영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빠지게 된다는 의미다.
구은서/선한결/오형주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