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도 변이 대응 가능"
벨 교수는 30일(현지시간)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에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보다 전염력이 70%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세계 1위인 미국에서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2명이 보고된 상황이다.
벨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와 백신 개발의 관계에 대해 "쥐와 고양이의 술래잡기가 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벨 교수는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의 백신 개발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영국 정부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이 영국 정부로부터 세계 최초로 긴급 사용을 승인받았다.
벨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더 완벽하고 확실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원한다"고 했다.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벨 교수는 "남아프리카발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발 변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벨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과학자들이 현존하는 백신을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벨 교수는 "이미 백신 개발 초기 작업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장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리보핵산(RNA)을 활용해 백신을 만든 화이자와 모더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비활성화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집어넣은 뒤 인체에 투입해 면역반응을 끌어낸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이다. 그러나 화이자와 모더나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했다. mRNA 방식의 백신이 상용화된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벨 교수는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앞서 시행했던 대규모 임상시험은 필요하지 않으리라고 관측했다.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면역 유전성 연구만으로도 효과성을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는 것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고틀립 전 국장은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는 표면 단백질이 매우 빠르게 변이한다"며 "계절마다 다른 독감 백신을 맞는 이유"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