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소규모 모임…유튜브·게임 속에서 해맞이 계획도
"해야, 이번만 비대면으로 만나자"…랜선·집콕 해맞이
사건팀 =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40)씨는 이번 새해 첫날 어디서 일출을 볼지 고민하다가 그냥 집에 머물기로 했다.

아파트 15층 거실에서 남편, 딸과 함께 창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구경할 생각이다.

김씨는 "원래 해돋이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는데, 올해가 워낙 다사다난해 해를 보며 새로운 기분으로 2021년을 맞이하고자 한다"고 31일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정동진, 성산일출봉 등 전국 일출 명소가 폐쇄되자 시민들은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해맞이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주택에 사는 대학원생 박모(27)씨도 주택 옥상에서 친구 2명과 함께 해맞이를 하기로 했다.

박씨는 "굳이 일출 명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집 옥상에서 일출이 잘 보인다"며 "방역에 문제 되지 않게 소수만 초대하려 한다"고 했다.

집을 나서더라도 차량으로 이동하며 가급적 다른 이들을 마주칠 가능성이 적은 '드라이브스루 해돋이'를 하려는 이들도 있다.

매년 산에 올라 새해 일출을 맞이하던 직장인 이모(53)씨는 이번엔 아들, 딸과 함께 차를 타고 해맞이에 나서기로 했다.

이씨는 "지도 앱으로 풍경을 미리 살펴보며 해가 잘 보일 것 같은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며 "차를 댈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 주행하면서라도 일출을 감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밖에 나가지 않고 TV나 유튜브 등으로 해돋이 생중계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해야, 이번만 비대면으로 만나자"…랜선·집콕 해맞이
경기 안산시에 사는 대학생 김모(26)씨는 "이번엔 코로나에다 날이 추워서 어디 나가기도 그렇고, 최근 집에 65인치 대형 TV를 들여놨는데 생중계해주는 뉴스를 틀어 놓고 느낌만 내려고 한다"고 했다.

유튜브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나 국립공원 채널들이 부산 해운대나 지리산 천왕봉, 경주 토함산 등 출입이 통제된 일출 명소에서 해돋이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SNS 등에는 이런 '랜선 해돋이' 주소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심지어 게임으로 해돋이를 감상하려는 이들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새해 해돋이를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우) 속 공간에서 볼 계획이다.

와우나 파이널판타지14 등 일부 게임은 시스템상 낮과 밤이 구분돼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이 구현돼 있다.

이씨는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게임으로 일출을 보는 게 '백수의 삶' 그 자체로 느껴져 서글프기도 했다"며 "지금은 진짜 해를 보러 갈 수 있게 됐는데 '와돋이'(와우+해돋이)를 봐야 한다니 세상일은 참 알 수가 없다"며 웃었다.

일부는 아예 사람이 몰릴 것에 대비해 1월 1일보다 하루, 이틀 먼저 일출을 보는 경우도 있다.

20대 직장인 조모씨는 30일 SNS에 "새해가 되기 전 친구와 둘이서 미리 해돋이를 다녀왔다"며 "사람이 아무도 없고 어두컴컴해서 무서웠지만, 이렇게라도 일출을 볼 수 있어서 재밌는 경험이었다"라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