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깊은 침체를 경험했던 한국 경제는 올해 반등을 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드러난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기관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현실화하면 2017년 이후 4년 만에 3%대 성장을 달성하게 된다.

정부의 이 같은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결국 백신의 조속한 확보 및 접종을 통해 코로나19를 얼마나 빨리 진정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희망 2021 한국 경제] 상반기에 코로나 진정된다면…4년 만에 3%대 성장 가능성

4년 만의 3%대 성장 전망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3.2%를 제시했다. 2017년 3.1% 성장 이후 4년 만의 3%대 성장을 전망한 것이다.

이는 작년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3.6%에 비해 0.4%포인트 낮지만 국내외 다른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IMF는 작년 10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9%로, OECD는 지난달 2.8%로 전망했다. KDI(3.1%)와 한국은행(3.0%) 등 국내 주요 기관 전망치도 이들 해외 기관보다 다소 높지만 정부 전망치보다는 낮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은 것은 큰 폭의 수출 회복을 예상한 결과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8.6% 증가하면서 2019년(-10.4%)과 작년(-6.2%)의 부진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의 경제 회복과 반도체 업황 개선 때문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증가해도 경상수지는 지난해 680억달러(추정치)보다 50억달러(7.9%) 감소한 63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입 증가율이 수출보다 0.7%포인트 큰 9.3%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수경기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소비는 작년 -4.4%에서 올해 3.1%로 급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대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3%를 넘었던 건 2018년(3.2%) 한 번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도 1.1% 오르며 1%대 상승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정치(0.5%)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코로나…백신 중요성 더 커져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을 달성해도 기존 성장 경로로 완전하게 돌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올해 성장률 반등은 작년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1%에 머물면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3%대 성장이 현실화하더라도 작년과 올해 연평균 성장률은 2%대 초반에 머물 것이란 얘기다. 코로나19 이전 정부가 예상했던 2%대 중반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해 3%대 성장이 실제 달성될지도 변수가 많다. 당장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점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발표한 백신 공급 일정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한 2000만 회분을 제외하면 얀센(600만 회분), 화이자(2000만 회분), 모더나(4000만 회분) 등은 올해 4월 이후 접종이 시작된다. 정부는 오는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전 국민이 백신을 맞는 것은 하반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만약 집단 면역체계가 완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올 상반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내수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고용은 경기 회복 속도에 비해 더욱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가 15만 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22만 명 감소를 고려하면 2년간 7만 명이 감소한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줄어도 한동안 불안 심리가 지속돼 기업이 신규 채용을 대거 늘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