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백신 떠돌고 확진자 신상털이까지…中 코로나 '막장'
中 당국, 코로나 종식 선언…전문가들 "2차 유행 가능성 적어"
심상치 않은 확산세…SNS서 수백만원 '가짜 백신' 거래 기승
이틀 만에 40만명…무증상 감염자 등장에 전주민 핵산검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뒀다."지난해 9월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지난 8개월여 동안 우리 당은 전국 각 민족과 인민을 단결시키고 이끌어 코로나19와 대전을 치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100년간 세계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전염병으로 중대한 위협이 됐다"며 "중국은 단 한 명의 환자도 포기하지 않고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놓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中 코로나 종식 선언…전문가들 "2차 유행 가능성 적어"
중국이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하면서 시민들의 일상 생활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중국 보건전문가들 역시 "2차 유행 가능성은 적다"며 과거 우한 사태와 같은 심각한 확산 사례가 나타날 확률은 낮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국 역시 방역 지침을 완화하면서 중국 곳곳에서는 사회·문화적 활동이 재개됐습니다. 지난해 국경절 황금연휴(10월 1~8일)에는 그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시민들이 전국 관광지에 몰리면서 엄청난 인파가 쏟아졌습니다. 지방정부도 관광 상품 할인 쿠폰을 뿌리면서 위축된 소비·관광을 독려했습니다. 국경절 기간 여행을 떠난 시민들만 무려 6억명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마스크 착용은 소홀히 한 채 관광에 나서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심상치 않은 확산세…SNS서 가짜 백신 거래 기승
그런데 최근 중국 방역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칭다오시에서 무증상 감염자와 확진자가 발생하고, 11월에는 상하이시에서 5개월 만에 확진자 나타나더니 12월부터는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수도 베이징, 다롄 등 전국 곳곳에서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일부 고위험 지역을 봉쇄하는 등 전시 태세에 돌입했습니다.지난해 폭풍우와 같은 확산 사태를 겪어낸 중국 시민들은 다시 공포에 빠졌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음지에서 '코로나19 백신 구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중국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SNS상에서는 가짜 백신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실제 백신 패키지와 비슷한 사진을 게시하며 정상 가격의 최소 7배 수준인 약 3000~7000위안(한화 50만~116만원)을 요구하는 등 음성 판매가 극성이라는 겁니다. 오랜 대기 없이 수일 만에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 확진자에게는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0일 청두에 거주하는 한 20대 여성은 가족간 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여성이 하루 사이에 무려 세 곳의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전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누리꾼들은 방역 당국이 공개한 동선을 토대로 해당 여성의 추정 사진과 이름, 전화번호, 주소, 신분증 번호 등을 웨이보(微博)에 공유하며 분노했습니다. '신상털기'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당국이 개인정보 무단 유포 등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이틀 만에 40만명…무증상 감염자 등장에 전주민 핵산검사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중국 당국은 연초 이동 자제와 행사 취소를 권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친목 행사나 강습 등은 취소되고, 문화·체육 행사에 대해서는 허가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특히 베이징 지방당국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 순이구, 차오양구, 시청구 등 주요 시내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초등학교의 경우 겨울방학이 예정보다 2주 당겨졌으며, 감염자가 확인된 지역은 전주민을 대상으로 강제적인 핵산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은 지난해 6월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집단감염 이후 6개월 만입니다.
베이징 코리아타운인 차오양구 왕징 일대 역시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이 일대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활동한 뒤 모든 주민들이 핵산검사를 받았다고 지역신문은 보도했습니다. 한 주민은 "지난 주말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다"며 "확진자 몇 명이 나왔다고 건물을 봉쇄하더니 전수조사까지 하는 등 당국에서 굉장히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동안 무려 40만명이 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연간 가장 큰 행사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5000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민족 대이동을 대비해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첫 번째 접종을 오는 15일, 두 번째 접종을 다음달 15일에 완료한다는 방침입니다.
중국은 현재 시노백(Sinovac·科興中維), 시노팜(중국의약그룹)의 3상 임상 중인 백신을 의료진 등에 응급 접종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무원이 시노팜 백신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접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노팜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은 79.34%이며, 2회분을 투약한 참가자들의 99.52%는 바이러스에 대한 높은 수준의 항체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시노백 백신의 경우 브라질에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50%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당국의 강력한 통제 지침과 자체 개발한 백신으로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