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수 문학평론가(왼쪽)와 김인숙 소설가
손정수 문학평론가(왼쪽)와 김인숙 소설가
139편이 투고된 장편소설 부문 본심에는 6편의 소설이 올라왔다. 우선 눈에 띄는 특징은 서사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었다. 동시대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이야기(‘굴러라 바퀴’, ‘리모델링’, ‘해를 묻은 오후’ 등)의 비중이 큰 편이기는 했지만, 추리(검은 진실)나 판타지(생 빅투아르를 껴안고 달리기) 혹은 재난 서사(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등 장르적 성향의 이야기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작품마다 개성은 뚜렷했지만 그 수준에는 편차가 있었다. 안정적인 가독성과 주제의 함량을 확보한 3편을 추려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검은 진실’은 조작된 살인사건을 둘러싼 갈등과 반전의 플롯이 돋보이는 범죄물인데, 부분적으로 사건들 사이의 짜임새가 견고하지 못한 대목들이 있었고, 펼쳐놓기는 했으나 수습되지 못한 사건들도 적지 않았다. ‘리모델링’은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을 배경으로 화려한 포장에 가려진 힘겨운 생존의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이야기다. 인물들의 사연과 그 속에 담긴 감정이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의 장점이나, 직원과 임대 사업자 사이의 갈등을 지나치게 선악의 이분법으로 이끌어간 점에서는 전형적인 면이 드러났다. 지방 신문과 스포츠신문 기자를 거쳐 보험 영업에 도전한 인물의 사회 적응의 과정을 담고 있는 ‘해를 묻은 오후’는 해당 분야의 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소재의 섭렵이 튼튼하게 이야기를 받치고 있었고 서술과 표현의 측면에서도 흥미와 문학성을 갖추고 있어 신뢰할 만했다. 다만 소설 속의 사건이 어느 정도 지난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재의 독자들에게는 실감이 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큰 이견 없이 ‘해를 묻은 오후’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이 투고자의 역량이라면 내용을 보완하고 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로 등단한 자신감과 여유를 통해 순수한 마음으로 펼친 지금의 이야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