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3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후임 비서실장인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포옹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3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후임 비서실장인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포옹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차기 비서실장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민정수석에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사진)을 임명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전날 비서실장, 정책실장, 민정수석 3인이 동반 사의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전격 수용하며 인적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유 신임 실장은 경제 행정 정무 등 여러 분야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가진 덕장으로 코로나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등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발표했다.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유 실장은 “바깥의 정서와 의견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 실장은 신 신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며 사법개혁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으며, 정부 초반 국정원 개혁을 주도한 경험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비서실장에 文 영입 인사

유 실장의 비서실장 낙점은 청와대 참모진도 예상하지 못한 카드다. 유력하게 거론됐던 양정철 전 민주정책연구원장,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등을 제치고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유 실장을 발탁한 데 대해 청와대 참모들도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대 출신으로 부산 해운대구에 두 차례 출마한 인연을 들어 이호철 전 수석 등 부산 출신 친문 인사들이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마지막 비서실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마지막 비서실장은 퇴임 후까지 생각해야 하는 자리”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정치 계획이 없는 인사들을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검토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 1기 임종석 전 비서실장, 직전 노영민 비서실장은 전직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이었다. 반면 유 실장은 2016년 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시절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기업인 출신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표 시절 11호 인재로 영입한 부산 출신 인사로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의 신뢰가 깊다”고 전했다.

‘무색무취하다’고 할 정도로 자신의 정치색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친화력이 강한 부분을 문 대통령이 눈여겨봤다는 분석도 있다. 마지막 비서실장의 역할로 정무 기능보다 정책 조율과 내부 소통에 무게를 두고 발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에서는 소프트형 리더십을 갖춘 비정치인 출신의 관리형 비서실장을 발탁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유 실장의 소통 능력과 관련해 여권의 한 인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리 시절 내각 군기반장을 맡아 많은 장관들을 혼낼 당시 유 장관은 장관 모임을 따로 만들어 ‘총리 뒷담화’를 하면서 풀어주는 간사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코로나19, 부동산 문제 등 각종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그립감’이 약한 비서실장이 청와대 내부를 다잡으면서 현안을 잘 헤쳐갈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발탁

문 대통령 '마지막 비서실장' 유영민…집권 5년차 정책조율·소통에 무게
교수(조국), 감사원(김조원, 김종호) 출신이 맡아온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 자리는 처음으로 검찰 출신에게 돌아갔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사원 출신 민정수석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자 신 수석 카드가 다시 급부상했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임명한 지 5개월 만에 전격 교체를 결단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 기용 가능성은 지난해 ‘조국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비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고집해온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함께 근무한 신 수석을 정권 초기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하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용이 검찰과의 관계 설정에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신 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7기 선배다. 법조계에 가까운 한 인사는 “신 수석과 윤 총장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민정수석이 검찰 출신인 만큼 이전 수석들과 접근법이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 유영민 비서실장

△1951년 부산 출생
△부산대 수학과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신현수 민정수석

△1958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학과
△사시 26회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형호/강영연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