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8일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 국민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는데 3조원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신 수급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던 정부가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위한 예산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전 국민 위한 백신 공급 접종에 3조 넘게 필요

1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백신 확보분인 1억600만회분(5600만명분)에 대한 접종 비용을 전액 국고로 부담할 경우 2조8873억2000만원에 플러스알파(모더나·코백스 퍼실리티 계약액)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모더나 백신이 고가인 만큼 4조원 가까이 예산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추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용은 크게 백신 공급가액과 접종을 해주는 의사 행위에 대한 시술료(접종비)로 나뉜다. 접종 비용추계는 백신 계약 체결에 따른 총 공급가액과 시술료 지원대상 선정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가 2천만 회분을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아스타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천만 회분을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아스타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과거 신종플루 백신 접종 당시 정부는 취약계층인 5세 미만 영유아 및 만성질환자에 대해 백신 공급가액은 국고 지원하고, 시술료(약 1만5000원)에 한해 접종자 스스로 부담하도록 한 바 있다. 여타 국민들은 백신 공급가액과 시술료를 합친 전액을 부담했었다.

이태규 의원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고 부담을 추계한 결과 시술비용에는 2조373억2000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600만 회분에 질병관리청 비용심의위원회가 확정한 1회분당 시술료 1만9220원을 곱한 값이다.

1조3000억만 책정한 정부…"세출항목이라도 조정해야"

추가적으로 백신 공급을 위해 약 8500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분(1000만명×2회분) △화이자 2000만회분(1000만명×2회분) △얀센 600만회분(6000만명×1회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모더나 4000만 회분(2000만명×2회분) △코백스 퍼실리티 2000만 회분(1000만명×2회분) 등 미계약분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모더나 백신은 접종 1회분당 약 20~30달러로 비싼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현재 정부의 백신 구매예산은 1조3000억원으로는 책정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 국민 백신 수급을 위해 2조8000여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태규 의원 : 코로나19 사태는 명백한 국가재난인 만큼 정부가 전 국민 무료 백신 접종 원칙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예산확보도 없이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정확한 백신 도입 시기와 수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출항목을 조정해서라도 제대로 예산을 반영해 백신 접종에 차질이 없도록 치밀히 준비해야 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