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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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 오전 7시.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변가로 통하는 도로변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돋이 인파가 경포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20만~30만명이 집결하던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길은 통제 됐고 하늘엔 혹시 통제선을 넘어오는 사람이 있을까 감시하기 위해 드론이 떴습니다. 길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를 반영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새해맞이 행사가 줄줄이 강릉시는 어제인 31일부터 해돋이 명소인 해변도로를 통제했습니다. 해변도로 출입할 수 있는 길을 아예 막아 시민들의 운집을 원천봉쇄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아침'영업에 불을 밝혔을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은 상황이었습니다. 푸드트럭도 물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년 첫 해를 보겠다는 시민들의 열정은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경포해변 인근 고층 호텔에서는 일출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발코니로 모이기 시작해 각자의 호텔방에서 거리를 두며 일출 감상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해변도로 내 위치한 저층 숙박업소에 숙박하는 시민들까지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스름히 해가 뜰 무렵부터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해 일출시간인 7시 40분 즈음에는 인파가 꽤 몰려 거리두기가 무색해질 정도였습니다. 해변이 통제되자 나무 사이로 해돋이가 보이는 공간을 찾아 밀집하기도 했습니다.
수평선에 엷게 깔린 구름에 가려졌던 해가 마침내 얼굴을 보였습니다. 시민들은 탄성을 지르며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습니다. 평소처럼 소원을 비는 모습들도 여전했습니다.
"그래도 신년 첫해인데 해돋이는 봐야죠" 원주에서 왔다는 52세 A씨는 "10여년간 가족들과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며 신년 다짐을 해왔는데 올해라고 놓치는 게 아쉬웠다"며 "가족들은 두고 혼자만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그래도 예년처럼 수십만명이 모인 게 아니어서 괜찮을 것 같다"며 안도하는 눈치였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젊은 커플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건 알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 실내 공간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며 "이번 여행은 지난 1년간 '방콕'에 가까운 격리 생활을 해온 자신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했습니다.
한 시민은 "드론 구경하느라 정작 해돋이를 제대로 못봤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경찰의 통제선을 넘으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예년처럼 수십만 명이 밀집한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서운 요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 내년에는 다시 많은 시민들이 일출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릉=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그래도 예년처럼 수십만명이 모인 게 아니어서 괜찮을 것 같다"며 안도하는 눈치였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젊은 커플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건 알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 실내 공간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며 "이번 여행은 지난 1년간 '방콕'에 가까운 격리 생활을 해온 자신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했습니다.
한 시민은 "드론 구경하느라 정작 해돋이를 제대로 못봤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경찰의 통제선을 넘으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예년처럼 수십만 명이 밀집한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서운 요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 내년에는 다시 많은 시민들이 일출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릉=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