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1월1일 오전 7시.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변가로 통하는 도로변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돋이 인파가 경포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20만~30만명이 집결하던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길은 통제 됐고 하늘엔 혹시 통제선을 넘어오는 사람이 있을까 감시하기 위해 드론이 떴습니다. 길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를 반영했습니다.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새해맞이 행사가 줄줄이 강릉시는 어제인 31일부터 해돋이 명소인 해변도로를 통제했습니다. 해변도로 출입할 수 있는 길을 아예 막아 시민들의 운집을 원천봉쇄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아침'영업에 불을 밝혔을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은 상황이었습니다. 푸드트럭도 물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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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하지만 신년 첫 해를 보겠다는 시민들의 열정은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경포해변 인근 고층 호텔에서는 일출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발코니로 모이기 시작해 각자의 호텔방에서 거리를 두며 일출 감상을 준비했습니다.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하지만 해변도로 내 위치한 저층 숙박업소에 숙박하는 시민들까지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스름히 해가 뜰 무렵부터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해 일출시간인 7시 40분 즈음에는 인파가 꽤 몰려 거리두기가 무색해질 정도였습니다. 해변이 통제되자 나무 사이로 해돋이가 보이는 공간을 찾아 밀집하기도 했습니다.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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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새해맞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1일 강릉시 경포해변도로에서 일부 관광객들이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 첫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새해맞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1일 강릉시 경포해변도로에서 일부 관광객들이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 첫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수평선에 엷게 깔린 구름에 가려졌던 해가 마침내 얼굴을 보였습니다. 시민들은 탄성을 지르며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습니다. 평소처럼 소원을 비는 모습들도 여전했습니다.
[르포] 드론 감시 속 호텔방서 일출감상…경포대의 새해 첫날
"그래도 신년 첫해인데 해돋이는 봐야죠" 원주에서 왔다는 52세 A씨는 "10여년간 가족들과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며 신년 다짐을 해왔는데 올해라고 놓치는 게 아쉬웠다"며 "가족들은 두고 혼자만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그래도 예년처럼 수십만명이 모인 게 아니어서 괜찮을 것 같다"며 안도하는 눈치였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젊은 커플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건 알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 실내 공간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며 "이번 여행은 지난 1년간 '방콕'에 가까운 격리 생활을 해온 자신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했습니다.

한 시민은 "드론 구경하느라 정작 해돋이를 제대로 못봤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경찰의 통제선을 넘으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예년처럼 수십만 명이 밀집한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서운 요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 내년에는 다시 많은 시민들이 일출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릉=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