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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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를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신”이라며 집권 이후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쓴 연하장을 공개했다.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신년사를 건너뛰며 육성 메시지는 북한이 향후 5년간의 국가계획을 발표하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당대회가 이르면 오늘 시작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 앞으로 쓴 연하장 성격의 서한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것을 다시금 맹세할 것”이라며 ‘인민’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 인민의 하늘같은 믿음을 지키는 일에 설사 몸이 찢기고 부서진다해도 그 믿음 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 것”이라며 강조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이날 연하장에서 “새해를 맞으며 전체 인민에게 축원의 인사를 삼가드린다”며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새해에도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싸울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주민 앞으로 연하장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은 2012년 집권한 이후 거의 매년 1월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주민 앞으로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마지막 은 1995년 당시 집권 1년차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피눈물 속에 199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며 쓴 연하장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은이 새해 첫날 아침 육성으로 신년사를 할 때마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에서 육성 신년사를 보도할 때까지 노동신문 등 주요 일간지의 발행까지 늦춰 신년사 전문을 실어왔다.

신년사를 건너뛰며 김정은의 육성 메시지는 북한 당대회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한다. 중·장기적인 국가 정책 방향이 설정되는 가운데 대외정책이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출범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파격적인 대미(對美)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5년 전에도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며 직접 남북한 군사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당대회가 이르면 1일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1월 초순에 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 예고하면서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1일 당 대회 준비상황을 전하며 “당 제8차 대회에 참가할 대표자들이 12월 하순 평양에 도착하여 수도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 대표자들이 이미 평양에 집결해 대표증까지 받았다고 전해진 가운데 당대회가 당장 1~2일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2016년 7차 당대회 당시에 개회일 사흘 전에 당 대표자들의 평양 도착 사실을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시간상 이번 축하문은 당대회 개회사와 결정서의 중복을 피하고 당대회 메시지에 선택과 집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정은은 새해 첫 공개행보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이날 김정은의 참배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당 중앙기관 간부들이 동행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